신도시·대단지 아파트로 인구 변화… ‘캐스팅 보터’ 됐다

접전지 표심 ‘현미경 분석’ / 헬리오시티 9510세대 입주 송파을 / 2만여 표심 당락에 결정적 영향 / 대규모 신도시 남양주병도 유사 / 일부 지역 ‘선거구 조정’ 지형 변화 / 4년 전과 다른 표심에 희비 갈려
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이번 4·15 총선에선 인구 구성이 달라지면서 ‘캐스팅 보터’가 된 읍면동이 큰 힘을 발휘했다. 신도시가 들어서거나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돼 인구가 늘어난 곳에서는 대부분 4년 전과 다른 표심이 나타났다.

◆‘캐스팅 보터’ 된 대단지 아파트



서울 송파을과 경기 남양주병은 관내 대단지 아파트 조성으로 새로운 인구가 대거 유입된 곳이다. 송파을의 선거인 수는 19만9967명으로 4년 전(16만6803명)에 비해 3만3164명 늘었다.

이 지역에선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가락1동 헬리오시티의 표심이 통합당에 기울며 표차를 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통합당 배현진 당선인은 50.46% 득표율을 기록해 현역인 민주당 최재성 후보(46.04%)를 4.42%포인트(6309표) 차이로 이겼다.

배 당선인은 관내 8개 동 중 석촌·삼전·잠실본동에서 최 후보에게 8286표 차이로 밀렸지만 가락1동에선 최 후보보다 3151표를 더 얻었다. 가락1동은 20대 총선 때만 해도 선거인 수가 803명에 그쳐 판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약 9510세대가 입주한 헬리오시티로 인해 2만1273명의 선거인을 지닌 캐스팅 보터가 됐다. 배 당선인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문정 2동과 잠실2·3·7동에서 1만3602표를 더 얻으며 승리했다.

경기 남양주병에선 대규모 신도시 조성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지역 표심이 바뀐 건 지난해 약 3만2000여가구가 유입된 다산신도시가 조성되면서였다. 이 지역 선거인 수는 21만3448명으로 4년 전(17만8679명)에 비해 3만4769명 증가했다. 이번에는 투표율이 오르며 투표참여 인원도 4만930명 증가했다.

민주당 김용민 당선인은 통합당 주광덕 후보에게 4286표차(2.99%포인트)로 승리했다. 하지만 4년 전 당시 새누리당 주 후보는 남양주병에서 와부읍을 제외한 모든 읍면동에서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이번에도 신도시 지역을 제외한 읍면동의 표심은 지난 번과 같았다. 하지만 주 후보 표가 더 많았던 지금동, 도농동이 다산1동, 2동으로 바뀌면서 선거인 수가 2배가량 늘었고, 신도시 표심이 민주당으로 기울며 주 후보에게 패배를 안겼다.

서울 종로도 서민 주택과 오래된 상가가 많았던 교남동에 대단지 아파트인 ‘경희궁 자이’가 들어서며 인구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통상 보수표가 많은 고가 아파트가 조성된 만큼 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 당선인은 교남동에서 통합당 황교안 후보를 807표차로 이겼다.

◆인구 구성 바꾼 선거구 조정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은 대단지 아파트 조성뿐 아니라 이번에 선거구 조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춘천은 20대 총선까지만 해도 단일 선거구였지만 이번에는 갑, 을로 나뉘면서 보수세가 강한 신북읍, 동면, 서면, 사북면, 북산면, 신사우동 등 관내 농촌지역이 춘천철원화천양구을로 이전됐다. 20대 총선에선 통합당 김진태 후보가 이들 농촌 지역에서 민주당 허영 후보보다 3197표를 더 얻었다.

하지만 김 후보를 지지한 농촌 지역 표가 사라진 데다 춘천 내 퇴계·강남·석사동 등에 신규 택지개발로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며 민주당으로 표심이 기울었다. ‘리턴 매치’였던 이번 선거에서 허 당선인은 통합당 김 후보를 9634표차(7.39%포인트)로 이겼다.

17대부터 16년 동안 보수 정당이 내리 당선된 경기 평택갑에서는 아파트 대단지 입주와 선거구 조정의 영향으로 민주당 홍기원 당선인이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당초 평택을 지역구이던 비전1동은 최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로 인구가 크게 늘어 평택갑으로 편입됐다.

홍 당선인은 50.22%(6만2564표) 득표율로 47.41%를 얻은 통합당 공재광 후보(5만9063표)를 2.81%포인트(3501표) 차이로 이겼다. 홍 당선인은 8개 면·동에서 공 후보에게 밀렸지만 승리한 4개 동 중 비전1동에서만 공 후보를 3199표 차이로 크게 이겼다. 비전1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으로 30·40인구가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할 만큼 젊은 동네이다.

서울 용산에서는 이촌 1동이 캐스팅 보터로 작용했다. 통합당 권영세 당선인은 관내 16개 동 중 10개 동에서 민주당 강태웅 후보에게 8197표 차이로 밀렸다.

하지만 2만2197명의 유권자가 거주하는 이촌 1동에서 5290표를 만회하며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권 당선인은 한강로(1719표차)·서빙고(1995표차)·한남(1556표차)동에서도 이겼지만 이촌1동의 몰표가 승리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권 당선인은 0.66%포인트(890표) 차이로 신승했다.

 

이현미·이창훈·이귀전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