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없이 가벼운 아동음란물죄… 그놈, 웃다

[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사이트 / ‘W2V’ 운영자 잡고보니 한국인 / 한국 법원, 징역 18개월 선고 / 美서 잡힌 구매자는 72개월형 / “현실적인 법·대책 마련 시급”

여기 두 남자가 있다. 또래인 둘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비춘다.

 

한 사람의 이름은 홍성민(미국명: Phillip Sung-min Hong). 현재 나이 26세.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인구 1만7000명의 자그마한 도시 샤론(sharon)에 산다. 2018년 7월, 그의 이름이 샤론의 한 지역지에 실렸다. 기사 제목은 ‘샤론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아동포르노를 샀다(Sharon Man Allegedly Bought Child Porn With Bitcoin)’ 그해 3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홍씨를 체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그렇다. 그는 지난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웰컴 투 비디오(W2V)’ 사건의 미국 검거자다.

 

또 한 사람은 홍씨보다 두 살 어린 손정우, 그 W2V를 만든 장본인이다. W2V는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을 기반으로 한 전 세계 최대 규모 아동성착취 커뮤니티였다. ‘중복 없는’ 영상 20만건이 모조리 아동성착취물이었고 아예 “성인영상은 올리지 말라”고 했다. 12살, 10살, 5살… 심지어 영·유아에 대한 몹쓸짓 영상이 가상화폐로 거래됐다. 유·무료 회원 수는 128만명. 손씨가 챙긴 수익은 4억원이 넘었다. 그는 32개국 공조수사 끝에 결국 덜미가 잡혔다.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1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홍씨는 별다른 전과가 없었음에도 미국 법원으로부터 지난해 10월 징역 60개월에 우리의 보호관찰 격인 의무가석방 7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한국 법원이 손씨에게 선고한 형량은 고작 18개월이었다. 이마저 1심은 집행유예였고 항소심에 가서야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W2V 국내 검거자 235명 중 유일하게 실형을 산 그는 오는 27일 출소한다.

 

이런 차이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 ‘그들’은 과연 온당한 죗값을 치르고 있는 것일까.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n번방’ 가담자들의 처벌도 지금으로선 이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법원은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아 수천건의 아동성착취물을 팔아 검은돈을 챙긴 30대 남성 ‘켈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도 그대로, 양형기준이 없는 것도 그대로였으니 ‘예고된 결말’인 셈이다. 해당 남성은 이마저 “형량이 과도하다”며 항소장을 냈다.

 

이현숙 청소년성폭력상담소 ‘탁틴내일’ 대표는 “지금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아동성착취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 사회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정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법과 대책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김선영·이창수·박지원 기자, 박혜원 인턴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