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클릭하자 성착취물 주르륵… 새 피해자 물색 지금도 '진행 중'

[디지털 성범죄 그들의 죗값] 아동성착취물 온상 다크웹 들어가보니 / 아동성애 검색하자 게시물 1000여개 / 미성년자 키워드별로 게시물 쏟아져 / 사회적 공분에도 죄의식 없이 판매해 / 모니터링 관계자 “눈 뜨고 못 볼 지경” / 새로운 성착취 피해자 정황도 포착 / 아청법 위반 대응방법 조언해주기도 / 전문가 “다크웹상 범죄자 추적 가능” / 경찰 “추적 시스템 개발… 수사 단계”

“7~12세 여자 어린이 희귀 자료 보유 중. 리코쳇(RICOCHET·다크웹 내 익명 채팅 프로그램)으로 연락주세요.”

 

“텔레그램방도 사라졌는데 당분간 다크웹에서 로리(롤리타 콤플렉스·여아를 대상으로 한 아동성애)물 좀 공유합시다.”

 

인터넷 수면 아래 ‘다크웹’. 특수 브라우저를 이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고 고도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인터넷 웹인 이곳에서 ‘그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가 촉발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다른 세상 이야기로, 텔레그램방 자료와 아동성착취물 거래는 일상이다. 다크웹 내 최대 한국인 커뮤니티 ‘코챈’에서는 텔레그램 성착취가 수면 위로 떠오른 3월 이후에도 아동성착취물에 관한 게시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성착취 죄의식 없는 ‘그들’

 

20일 세계일보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와 함께 다크웹 내 아동성착취물 실태 모니터링을 진행해 본 결과 다크웹에는 아동성착취물이 말 그대로 넘쳐났다.

 

클릭 한 번에 3살 이하 영유아와 중학생쯤 돼보이는 여성 청소년들이 성적 대상화된 사진이 컴퓨터 화면을 가득 채웠다. 인터넷의 어두운 그늘 안에서 어린 생명들이 성욕 해소의 도구로 박제돼 있는 현실에 취재진과 한사성 활동가들은 말을 잃었다.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고 성착취 범죄를 모의하기까지 하는 그들의 작태를 보며 모니터링을 진행한 유승진 한사성 사무국장은 “눈 뜨고 보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또 다른 한사성 관계자는 “그들을 같은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 모의를 일삼는 이들이 현실에서 진짜 피해자를 만들어낼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2월2일부터 이날까지 코챈에 올라온 2만2000여개 게시물 중 ‘롤리타 컴플렉스’·‘페도필리아’ 등 아동성애를 의미하는 단어 10여가지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물은 1000여개에 달했다. 신생아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미성년자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자 성적인 의미를 담은 게시물이 키워드별로 최소 20개에서 100여개까지 검색됐다.

◆텔레그램 성착취물 공유도 여전

 

취재팀은 익명성의 그늘에 숨은 그들과 직접 대화를 시도해봤다. ‘아동 포르노 얘기를 하자’며 리코쳇 개인 주소를 남겨놓은 이에게 말을 걸었다. 10년째 아동성착취물을 수집해온 남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상대방은 7살에서 11살 사이 여아의 노출 사진을 즐겨 본다는 말을 쉽게 내뱉었다. “절대 안 잡힙니다. 가입 팁 좀 알려드릴까요?” 그는 다크웹 내 해외 아동성착취 사이트를 이용하면 잡히지도 처벌받지도 않을 거라 자신했다. 사이트 추천은 물론 가입 방법에 대한 조언까지 아끼지 않았다.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 웹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의 적발은 그에겐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듯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공범인 강훈(18)의 신상공개 결정이 난 16일 코챈에는 n번방 자료를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n번방 자료 받고 싶으면 댓글로 메일주소나 리코쳇 주소 불러라’라고 적힌 글에는 불과 한나절 만에 공유 받으려는 댓글이 50여개 달렸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도 공유되고 있었다. 대부분 미성년자인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가 4월 들어서도 버젓이 올라왔다. 이곳에서 새로운 피해자가 만들어지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 17일 오후 올라온 한 게시글에는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과 함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순식간에 댓글창에 몰려든 그들은 “해당 번호로 연락해봤다”며 사진 속 인물에 대한 성희롱과 욕설을 이어갔다. 과거 텔레그램 성착취물 공유방에서 자행되던 ‘신상 털기’가 이곳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온라인 카페서 ‘아청법 피하기’ 조언 나누는 그들

 

‘그들’은 온라인 카페에 모여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위반에 관한 대응법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회원이 15만명에 달하는 한 온라인 파일공유 관련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아청법 위반으로 적발되거나 조사받은 경험을 공유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다. 지난 16일 이 카페에는 ‘트위터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판매하다 적발됐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40여개의 댓글 중에는 ‘수사기관에 가기 전 법률 상담을 받아 두라’거나 ‘반성문을 써두라’는 등 처벌 수위 완화를 위한 조언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다크웹이라고 할지라도 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그곳에서 아동성착취물 제작, 공유를 일삼는 ‘그들’을 적발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안업체 대표는 “다크웹상의 범죄자를 추적할 방법은 지금도 있다”며 “여러 추적법을 계속해서 연구 개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다크웹 수사와 관련해 “다크웹 추적 시스템을 개발해서, 경찰청과 지방청의 테러수사팀을 중심으로 책임 수사를 하고 있는 단계”라며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과학 수사의 격언처럼 다양한 수사기법이 있기 때문에 다크웹이라고 해서 안전지대가 아니며 범죄자를 특정하거나 수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김선영·이창수·박지원 기자, 박혜원 인턴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