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4·15총선 과정에서 약속한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압박 대상은 소득에 따른 제한 지급 방안을 내세운 정부와 미래통합당이다. 통합당은 총선 과정에서 황교안 전 대표가 전 국민 지급을 약속했지만 재원 조달 방식을 문제 삼으며 소득별 차등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때 한 약속을 지키라”며 통합당을 몰아붙였다. 이해찬 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재난대책이지 복지대책이 아니다”며 “코로나19라는 국난을 맞아 개인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와 일자리 대책 등이 포함돼 있는 건데 복지대책으로 잘못 생각하니까 여러 합리적 정책이 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당 당선인들 가운데 전 국민 지급 반대라는 말이 나오는데 대책의 성격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자기 당이 선거 때 공약한 것을 뒤집는 분들은 20대 국회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은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정책이자 총선 때 통합당도 천명한 것이다. 선거 이후 입장이 달라져 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고, 남인순 최고위원도 “긴급재난지원금을 100%로 확대하겠다는 총선 과정에서의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열린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간의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정부는 전 국민 지급에 난색을 표했지만 국회 논의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가 그때 입장을 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소득 하위 70% 지급을 기준으로 편성한 7조6000억원의 2차 추경안을 전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하려면 3조∼4조원을 증액해야 한다. 민주당은 재원 조달 방안으로 국채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통합당도 긴급재난지원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급 대상과 방식을 놓고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소득 상위 30%를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까지 지원금을 주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도 없고 경제를 살리는 데도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채를 발행해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면 한계상황에 달한 기업의 고용유지를 위해 예산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선거과정에서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 코로나19로 무너진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100조원을 투입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재원 마련은 국채 발행이 아닌 올해 예산을 전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여야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을 청취한 뒤 원내대표 간 회동을 갖고 추경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전 국민에게 주는 대신 액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자는 대안을 내놨다.
민주당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정 간 이견도 정리해야 하고 야당도 설득해야 하니 산 넘어 산”이라며 “고소득층 지원과 재정의 과다함이 문제라면 소득 여력이 있는 층은 지원금 기부 캠페인이나 적극 소비 독려를 통해 (지원금을) 환류하게 하고, 재정은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80만원으로 낮추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현미·박현준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