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KB손해보험은 1976년 창단된 유서 깊은 구단이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부진 속에 리그에서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다수 보유했지만 팬들을 끌어모을 강렬함은 부족했던 탓이다. 2017년 경상북도 구미에서 경기도 의정부로 연고지를 이전한 것도 어려움을 더 크게 했다.
이런 KB손해보험이 ‘레전드’ 출신 사령탑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권순찬 감독이 팀을 떠나고 대신 1990년대를 풍미했던 거포 이상렬(사진) 경기대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빠르면 이번 주중에 계약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손보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된 이상렬 감독은 경기대 시절부터 힘있는 공격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국내 대표 오른쪽 공격수다. 특히, 특유의 장발을 휘날리며 강력한 강타를 뿜어대 ‘삼손’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등 당시 리그 최고 수준의 스타성을 발휘했다. 경기대 졸업 후에는 KB손해보험의 전신인 LG화재에 입단해 1989년부터 1997년까지 한 팀에서만 뛰며 에이스로 팀을 이끌었다. 잦은 부상으로 팀을 정상권으로 이끄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한 스타성으로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7년 은퇴 뒤 인창고 감독을 거쳐 2007~2009년 LG화재에서 이름을 바꾼 LIG손해보험에서 코치로 활약한 뒤 이번 감독 선임으로 11년 만에 다시 친정팀에 복귀했다. 선수와 지도자 생활 내내 한 팀에서만 활약했던 ‘원팀 레전드’인 만큼 좀 더 과감한 선수단 체질 개선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