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이건 뭐야?” “엄마 나도 언니처럼 이거 할래.”
울산시 남구 신정2동에 사는 장모(36)씨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온라인 개학을 맞은 20일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첫 아이 수업 지켜보랴, 과제 챙기랴, 6살·4살 아이들도 챙기느라 정신없이 바쁜 오전을 보내야 했다. 수시로 끊기는 원격수업에 다시 접속해 시간표대로 일과를 이끌어가는 것도 장씨 몫이었다. 장씨는 “오전 8시부터 원격수업 애플리케이션에 접속이 안 돼 한 시간 넘게 매달려 있었고 3∼5분 남짓한 동영상이 수업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알림장 앱 ‘하이클래스’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해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를 도와 출석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 개학하면서 초등생 온라인 개학은 결국 ‘부모 개학’이라는 원성이 쏟아졌다. 초등생의 경우 원격수업 준비부터 수업영상 시청, 과제물까지 도움이 필요한 탓에 부모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개학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공간 제약이 없는 원격수업 특징 탓에 사교육이 학교 정규수업을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 원격수업을 관리해 주겠다며 학생을 모집하는 학원이 계속 늘어나면서다.
이날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입시학원 중심으로 많은 학원이 학교 일과시간 내 ‘온라인 개학 관리반’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서울 강남구의 한 입시학원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학교 원격수업 관리반을 모집 중인 모습이었다. 이 학원은 ‘워킹맘을 위한 우리 아이 학습관리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스터디카페, 강의실 등을 개방해 원격수업에서 이뤄지는 수업을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1:1 지도, 관리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와 관련해 “감염 확산 막기 위한 온라인 개학 취지를 역행하는 것으로 학생, 학부모 불안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이런 영업에 대해 엄정 대응방침을 밝힌 만큼 대대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교육청·교육치원청은 관할 학원들에 대해 이런 행태가 “‘등록 외 교습과정 운영’, ‘거짓·과대광고’ 등 학원법 위반에 해당돼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공지했다.
김승환 기자, 울산=이보람 기자, 전국종합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