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TV조선·채널A 조건부 재승인…“‘검언 유착’ 기자 취재 윤리 위반 파악 못해”

방송 공적 책임·공정성 조건 미이행 또는 문제 확인 시 ‘취소’ / 채널A에 자체 조사 결과 제출 등 조건 부가 / 시민 단체들 반발…“언론 개혁 민심 눈 감아”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20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TV조선과 채널A에 대한 재승인 심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과천=뉴시스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채널A의 방송 공적 책임과 공정성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다. 관련 조건을 이행하지 않거나 중대한 문제가 확인되면 재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일 회의를 열고 TV조선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채널A에 대해선 철회권 유보 조건을 부가해 재승인을 의결했다. TV조선 재승인 유효 기간은 오는 22일부터 2023년 4월21일까지 3년, 채널A는 22일부터 2024년 4월21일까지 4년이다.

 

방통위는 TV조선 재승인에 “방송 공적 책임과 공정성 관련 주요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TV조선은 1000점 만점에 653.39점을 받았는데 중점 심사 사항인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평가 점수가 배점의 50%에 미달했다. 재승인 기준인 650점 이상이라도 중점 심사 사항이 배점의 50%에 미달하면 조건부 재승인이나 재승인 거부가 가능하다.

 

이른바 ‘검언 유착’ 논란을 부른 채널A에 대해서는 대표가 방통위에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자체 조사, 수사 결과 등을 통해 방송 공적 책임과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확인되면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철회권 유보 조건을 달았다. 또 채널A에 자체 조사 결과 제출, 보도의 공적 책임 제고를 위한 계획 마련, 직원 재교육, 징계 규정 강화 등 조건도 부가했다.

 

앞서 이달 초 MBC 보도로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사이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김재호·김차수 채널A 공동대표는 지난 9일 방통위에 출석해 “취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취재 윤리를 위반했다”고 시인하며 “해당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채널A 자체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채널A도 662.95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점은 넘겼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종편이 출범한 지 10년이 돼 간다”며 “3번째 재승인 심사를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시청자들 지적을 엄중히 받아들여 공적 책임을 다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241개 시민 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방통위는 21대 총선 결과로 나타난 언론 개혁 민심에 눈을 감았다”면서 “시민의 언론 개혁 명령을 거부한 상임위원은 사퇴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