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회 케이크
감사하게도 내 생일은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매년 생일 때가 되면 “널 낳고 병원에서 나왔을 때 화려한 꽃들과 온 세상이 널 맞이해주는 것 같았다”며 그날의 감동을 전해주신다. 어떤 사람은 생일이 뭐 중요하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하지만, 그때만큼은 나의 존재감을 다시 생각해보고 자존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고마운 날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에 점을 찍은 딤섬
중식을 좋아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새해는 매년 딤섬을 먹으며 맞이했다. 특히 샤오룽바오를 좋아했는데, 먹는 방법을 몰라서 입천장을 여러 차례 데이고 육즙을 무릎에 줄줄 흘려가며 먹었다. 그때만 해도 얇은 피 안에 고기 육즙이 찰랑찰랑하게 담겨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만두를 빚은 뒤에 주사기를 꼽아서 육즙을 넣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국물까지 만두피 안에 가둬서 묶었을까.
호기심이 많은지라 오픈형 주방의 딤섬집을 찾아 한참을 관찰했는데, 그 비법은 너무나 신선했다. 육즙에 젤라틴이나 한천을 섞어 육즙 젤리로 응고시킨 뒤에, 만두피 안에 넣어 찌면 찜 열기에 의해 다시 액체가 되어 육즙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이때 ‘음식은 역시 알고 먹으면 더 맛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음식에 대한 탐구심과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딤섬(點心)은 한자로 작고 동그란 점(點)과 마음(心)이 더해진 말이다. 한마디로 내 마음에 점을 찍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따뜻한 차에 곁들여 먹는 주전부리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속 재료에 새우, 돼지고기, 소고기, 랍스타, 게살 등 좋은 식재료를 넣어가며 딤섬의 가치는 더욱 더 올라갔고 딤섬을 먹기 위해 차를 마시며 주객전도가 이루어졌다.
한입에 털어넣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라 여러 종류를 시켜 골라먹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데, 개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나눠 먹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마지막으로 남은 딤섬 한 점은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는 선물이다. “마지막은 너꺼야”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열무비빔밥
이 일을 하다 보면 혼자 밥 먹을 일이 많다. 은근히 소심한 면도 있고, 사람을 만났을 때 에너지를 많이 쏟는 편이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날씨가 좋아져 한강 구경도 가고 주변에 맛집을 찾아보고 싶어 뚝섬유원지역으로 갔다. 뚝섬 한강공원을 여유롭게 거닌 뒤에 골목 사이사이로 걸어가 보았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곳이나 유명한 곳은 없었다. 그러다 부동산중개업소 사이에 껴있는 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는데 ‘엄마의 밥상, 보현식당’이다. 메뉴판을 보니 삼겹살, 가브리살 등이 주메뉴이고, 김치말이국수, 열무비빔밥 등이 식사 메뉴로 있는데 ‘엄마의 밥상’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열무비빔밥이 대단히 맛있을 것 같아 주문을 했다. 역시 큼지막한 뚝배기에 보리밥이 그릇의 반을 채웠고, 그 위에 잘 익은 열무김치와 무생채, 시금치, 콩나물무침을 양껏 올렸다. 매운맛을 좋아해 직접 만든 고추비빔장을 꽉 눌러 거침없이 비비기 시작했다. 생동감이 있었다. 특히 열무김치를 아삭아삭 씹으니 새콤하고 시원한 단맛이 올라왔다. 침샘을 자극했고, 입맛이 오르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두툼한 손으로 비벼줬던 그 비빔밥이 생각났다. 분명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내 앞에 할머니가 함께 계신 것 같았다. 보고 싶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