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코카콜라의 비아 페레즈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페트병은 개폐가 편리하고 가벼워 소비자들이 좋아한다”며 “우리는 페트병 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코카콜라는 1년에 300만t의 플라스틱을 쓰고 있는데, 1분에 약 20만개의 페트병을 생산한다. 이런 탓에 코카콜라는 그동안 다양한 환경단체들로부터 ‘최악의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 유발 회사’로 지목되고 있었다.
페레즈는 “코카콜라가 페트병을 포기하면 판매에도 타격받을 수 있고, 알루미늄 캔이나 유리병을 이용할 수 있으나 이는 오히려 온난화를 심화시키고 탄소 발생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신 코카콜라는 오는 2030년까지 용기의 50% 이상을 재활용 물질로 대체해나가고, 전 세계 환경단체들과 협력해 페트병 수거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코카콜라의 이러한 약속에도 여전히 세계적인 플라스틱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국제 구호단체 티어펀드(Tearfund)가 밝힌 바에 의하면 코카콜라와 네슬레, 펩시콜라, 유니레버 등 글로벌 다국적 업체 4곳이 진출한 6개국에서 매년 50만t의 폐플라스틱이 배출되고 있다.
브라질과 나이지리아, 멕시코, 인도, 중국, 필리핀에서 연간 이들 기업이 배출한 46만t의 플라스틱을 소각하고 있는데, 이는 영국 전역에서 1년간 운행하는 모든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이 가운데 코카콜라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폐플라스틱만 2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펩시콜라는 연간 13만7000t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동안 이들 다국적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1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기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탄소 배출량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기업이 더는 기존과 같은 입장을 유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신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웰빙(건강) 및 친환경 제품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소비자들이 환경과 관련해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던 사안들에 대해 더 세밀히, 더 구체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도 나온다.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 3월 주주 서한을 통해 “코로나19는 단순히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적시 공급망(just-in-time supply chains) 등 투자자 심리, 기업, 소비행태 모두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핑크 회장에 따르면 적시 공급망이 무너지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를 위해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가지게 됐다. 당연히 그 시간 동안 제품 구성과 성분, 생산지, 생산자, 친환경성 등에 대한 정보도 더 수집해 살펴보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나아가 이로 인해 회사에 더 많은 정보공개를 원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본격적인 친환경 소비 시대가 시작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코카콜라 역시 이러한 흐름을 빗겨 가진 못했다. 최근 코카콜라는 알루미늄 등 재활용률이 더 높은 소재를 늘려가고, 무엇보다 생산과 똑같은 양의 플라스틱 및 알루미늄을 수집해 재활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아무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압도적인 기업이라도 소비자의 친환경 요구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자명하게 보여준 대목이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