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쳐 180석을 얻으며 확고한 ‘여대야소’ 정국을 구축한지 꼭 1주일 만에 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및 자진사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여권은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특히 부산·경남(PK) 지역의 민심 이탈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오 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진 23일은 4·15총선의 최종 결과가 나온 지난 16일로부터 꼭 1주일이 되는 날이다. 개표 완료 결과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63석, 시민당이 비례대표로 17석을 각각 얻는 것으로 확정돼 180석 ‘거대 여당’의 탄생했다.
이후 민주당에선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등 지도부를 중심으로 ‘언행 조심’ 지시가 현직 국회의원 및 21대 국회 당선인들에게 내려졌다. 이 대표는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고도 재집권에 실패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소개한 뒤 “자세를 낮추고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고작 1주일도 못 가서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성추행으로 낙마하는 대형 악재와 마주쳤다. 2018년 초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던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가 전직 여성 비서의 ‘미투(MeToo·나도당했다)’ 폭로 때문에 물러난지 2년 여 만이다.
더군다나 오 시장 측이 피해 여성을 설득해 “사퇴 시점은 4·15총선 이후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들이게 한 정황이 KBS 보도로 드러나면서 PK 민심은 싸늘하게 식고 있다. 결국 총선에서 오 시장이 속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시장 권한을 남용한 결과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온라인의 관련 기사에는 “이럴 줄 알았으면 총선 때 민주당 안 찍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에 속은 느낌이다” 등 누리꾼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오 시장을 전격 제명키로 한 뒤 “총선 전에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며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당 부산시당도 “피해자와 가족, 시민에 사죄드린다”는 사과문을 내놓았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대도시이자 문재인 대통령 등 현 정권 PK 실세들의 ‘정치적 고향’에 해당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 사퇴 후 치러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야당인 미래통합당에게 패해 부산시장직을 통합당에 내주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하려는 여권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