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 140만원 수혈

코로나19 비상 - 市 “5월부터 온·오프라인 순차 접수” / 연매출 2억 미만 영세상인 등 대상 / 41만명에 2개월간 나눠 지급 / “지방채 발행 없이 세출 구조조정” / 유흥·사행시설·부동산업 제외 /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직도 빠져 / “2019년 매출 기준 부적절” 지적도

서울시가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월 70만원씩 2개월간 총 14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이들에게 임대료와 인건비를 댈 수 있는 ‘실탄’을 쥐여준다는 점에선 환영받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피해를 반영하지 않는 데다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직은 제외돼 촘촘한 설계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시청에서 가진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보릿고개라는 절박한 현실에 맞닥뜨린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월 70만원씩 2개월간 ‘서울 자영업자 생존자금’을 현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대상은 서울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지난해 말 연 매출이 2억원 미만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업체들이다.



박 시장은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기존 융자 중심의 ‘간접지원’이 아닌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개월간 지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일회성 지원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영세사업자의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생존자금을 받을 수 있는 서울 소재 소상공인은 전체(57만명)의 72% 정도인 41만명이다. 유흥주점과 사행시설, 부동산업 등 ‘융자제한업종’ 종사자 10만명은 제외한다.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대리기사와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도 지원대상에서 빠진다. 박 시장은 “특수형태 고용자들에겐 별도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입 예산은 5740억원 정도인데, 서울시는 지방채 발행 없이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마른 수건을 짜내는 심정으로 이 정책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며 “약 1조원 정도의 세출을 구조조정할 계획인데, 시의회가 관련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접수는 다음 달 중순 이후 온라인으로, 6월부터는 오프라인으로도 받는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가방 가게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30만∼50만원 지급)나 일부 자치구의 휴업 장려금 등과 중복 수령이 가능한지에 대해 박 시장은 “요건만 갖추면 모두 받을 수 있다”며 “기존 지원이 가계 생계비 지원 정책이었다면 이번은 업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운전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원 기준이 2019년 말 연매출액이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전 폐업했더라도 사업자등록만 유지했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박 시장은 “2019년 매출이 없으면 지원도 없다”며 “금융거래와 연계해 매출을 확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소상공인 현금지원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한정된 재원을 가장 소득이 낮고 피해 정도가 큰 계층에게 직접 지원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서울의 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범위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직접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