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또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가 나왔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23일 전격 사퇴하면서, 오 시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성폭력 문제로 사퇴한 두 번째 광역자치단체장이 됐다.
정치권 첫 미투는 지난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당시 김씨는 안 전 지사로부터 네 차례 성폭행과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안 전 지사는 “책임을 지겠다”며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의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미투로 현역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경우도 있었다. 사업가로 알려진 한 여성은 언론 인터뷰에서 2008년 노래주점에서 민병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하던 민 의원은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사퇴를 선언했다가 철회했다. 민 의원은 지난 4·15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미투 논란으로 정밀심사 대상에 오른 후 공천 배제됐다.
같은 시기 민 의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정봉주 전 의원도 출마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 매체에서 과거 대학생 성추행 의혹이 보도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고,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했다. 해당 보도에 대한 반박 과정에서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기소됐던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민주당에 복당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로, 정 전 의원 역시 지난 총선에서 공천 탈락했다.
정치권 미투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도 잇따랐다.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던 미래통합당 김원성 후보는 막판 미투 의혹이 제기돼 공천 무효 결정을 받았다. 이에 김 후보는 사실무근이라며 잠적 소동을 벌이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했지만 1%대 득표에 그쳐 낙선했다. 민주당 총선 영입 인재였던 원종건씨도 전 여자친구의 미투가 제기되자 자격을 반납하고 탈당했다.
국내 미투운동은 서지현 검사가 2018년 1월 검찰 내부망에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과거 자신을 성추행하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줬다는 폭로로 촉발됐다. 안 전 국장의 성추행 혐의는 하급심에서 인정됐지만 피해자의 고소 기간이 지나 처벌되지 않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는 2심에서 징역 2년 형이 선고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