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몸통’ 이종필 조사…정관계 로비 의혹 등 수사 급물살

핵심 피의자 이종필·김봉현 수개월 간 도피 끝에 검거

1조6000억원대 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 부사장(사진)과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개월간의 도피 행각 끝에 붙잡히면서, 사태의 내막과 함께 라임자산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부사장을 이날 오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붙잡힌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4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 은신 중이던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PBS) 팀장을 붙잡았다. 20여명의 검거전담팀을 구성해 김 회장을 추적해 온 경찰은 빌라 인근 거리에서 콜택시를 타고 이동하려던 김 회장을 검거했다. 경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은신처를 파악해, 그곳에서 함께 머물던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도 검거했다. 경찰은 사전에 이들이 함께 있는지까지는 파악하진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자산의 자금이 투입된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800억원대 횡령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돌연 잠적했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자산의 자금을 리드에 투자해 주고, 이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경기도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의 161억원대 회삿돈 횡령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부터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에서 끌어온 돈으로 무자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기업사냥’을 주도해온 혐의도 받는다.

 

라임자산 사태는 라임자산이 투자자들에게 펀드의 부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고수익을 약속하며 상품을 판매하다 환매 중단에 이른 사건이다. 스타모빌리티의 실소유주이자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김 회장은 라임자산의 전주 역할을 했고, 이 전 부사장은 라임자산 펀드를 기획·운용했다. 심 전 팀장은 신한금투 자금을 리드에 투자하는 대가로 리드 경영진으로부터 금품을 제공 받은 등의 혐의로 구속된 임모 전 신한금투 PBS 본부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해 검찰 관계자가 정부서울청사내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여객 횡령 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해 조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김 회장을 불러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수원여객의 회삿돈을 빼돌린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은 수원여객 횡령 사건과는 무관해 전날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김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라임자산 사태의 핵심인물인 이들이 붙잡히면서, 라임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금융감독원의 라임자산 파견 관련 검사 자료를 라임자산 측에 유출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했다.

 

한편 이날 서울남부지법은 리드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박모 리드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박 부회장과 공범인 구모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4년, 강모 영업부장과 리드 자회사인 ‘오라엠’의 김모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이들의 횡령 규모는 총 834억원에 달한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