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이상 사모펀드 외부감사… ‘제2 라임사태’ 막는다

금융당국, 제도개선 최종안 / 펀드 환매 연기시 3개월 이내에 / 투자금 지급시기·방법 결정해야 / 개방형은 연1회 스트레스테스트 / 자전거래 규모 자산 20% 이내 제한 / 펀드 영업보고서 분기마다 제출

앞으로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의 사모펀드는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된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일가가 투자해 논란이 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개인이 투자할 수 없는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전환된다. 또 사모펀드 환매가 연기되면 자산운용사는 3개월 내 투자금을 돌려줄 시기와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최근 라임펀드 환매중단·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잇달아 터짐에 따라 최대한 사모펀드의 자유를 보장하려던 금융 당국의 정책기조가 수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당국은 지난 2월 발표한 개선방향을 토대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했다.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은 유지하되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잡았다.



우선 자산총액이 500억원 이상이거나 자산총액이 300억~500억원이면서 6개월 내 집합투자증권을 추가 발행한 사모펀드는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전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투자자 전원 동의가 있을 때는 외부감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적격 일반투자자(3억원 이상 투자한 일반투자자) 대상 사모펀드의 환매가 연기되면 자산운용사는 3개월 내 집합투자자총회를 개최해 환매대금 지급 시기와 방법 등을 결정해야 한다. 현재 공모펀드는 환매연기일로부터 6주 이내에 환매에 관한 내용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사모펀드 내 자전거래 규모도 자산의 20% 이내로 제한된다. 자전거래 시 신뢰할 만한 시가가 없는 모든 자산은 회계법인 등 독립기관의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경우 계약을 조기 종료할 때 3영업일 전까지 거래당사자 간 합의를 하도록 했다. 일방적인 유동성 회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금융당국은 현행 PEF도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전환해 개인의 투자를 제한한다. 당국은 PEF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PEF의 특성을 편법적으로 활용해 증여 등에 악용할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자격 요건이 없는 PEF 운용인력에 대한 요건도 신설한다.

이외에도 지난 2월 발표된 방안 대부분이 확정됐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손해배상 능력을 늘리기 위해 현행 7억원이었던 최소유지자본금이 수탁고에 비례(0.03%)해 적립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는 판매 전 단계 때 투자설명 자료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문제 발견 시 운용사에 시정 요구를 해야 한다. 수탁기관이나 프라임브로커리지(PBS) 증권사에도 운용상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이 부여됐다.

당국은 상환이나 환매에 영향을 미치는 만기 미스매치 구조에 대한 리스크 관리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개방형 펀드는 최소 연 1회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게 되며 비시장성 자산에 50% 이상 투자한 적격 일반투자자 대상 펀드는 개방형 펀드로 설정할 수 없다.

상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펀드 영업보고서 제출 주기는 반기에서 분기로 줄어들고, 펀드자금 투자를 조건으로 자사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는 불건전영업행위로 규정돼 제재를 받는다. 당국은 부실 자산운용사를 걸러내기 위해 패스트트랙으로 퇴출할 수 있는 등록말소제도 도입한다. 금융투자협회는 사모펀드 시장의 취약요인을 매달 금감원과 공유하고, 협회의 규제를 받지 않는 비회원 운용사들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협회에 가입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부실 전문 사모운용사에 대한 신속한 검사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들은 2분기에 입법예고를 하겠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한 이행이 필요한 사항은 법령 개정 전까지 행정지도 등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