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공개 행보를 중단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싸고 원산 휴양설과 건강 이상설 등 엇갈린 외신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각종 오보 속에서 40여일간 잠행한 경우도 있어 결국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여러 억측도 사라질 전망이다. 북한 대내용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26일 ‘최고 존엄’ 신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에 반응 없이 김 위원장이 삼지연시 건설에 참여한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는 단순 동정 보도만 했다.
◆코로나19 피해 원산서 휴양하나
현재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동해의 원산에서 휴양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토대로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지난 21일 이후 북한 원산 휴양시설 인근에 있는 역에 정차 중이라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김 위원장의 원산행 가능성은 지난 23일 산케이신문과 도쿄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특히 도쿄신문은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경호 요원 중에 감염자가 나와 경비태세에 불안을 느껴 원산으로 피신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김 위원장을 경호하는 호위사령부나 노동당 중앙위 본부 청사 등 근접 거리 근무자 중 감염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 발표에 대해 국제사회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북한 주장과는 달리 적어도 26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면 치명률 등을 감안할 때 감염자가 1만명 이상 발생했을 수 있다.
◆“식물인간 상태” 건강이상 주장도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원산행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출생일) 행사에 불참한 것은 잘 설명되지 않는다. 주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어도 북한 정권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 이는 김 위원장 주변이 아닌 본인 신상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여러 설로 연결되고 있다. 이 경우 원산행이 사실이라면 예방용이 아닌 치료용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상에 대한 중국 당국의 언급이나 중국 공식 매체의 보도는 예전부터 금기 사안이다. 중국 정부·공식 매체와는 달리 웨이보와 같은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김 위원장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각종 소문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일본 주간지 슈칸겐다이 곤도 다이스케(近藤大介) 편집위원은 24일 중국 의료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식물인간설을 전하면서 북한 측 요청으로 중국 측이 인민해방군 301병원 전문의 등 의료진 약 50명을 북한에 파견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중국 측이 301병원에서 의료전문가팀 약 50명을 23일 또는 그전에 북한에 파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하면서도 “건강 악화설이 나온 김 위원장과의 관련성은 명확하지 않으며 양측이 코로나19 대응에서 협력 태세를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베이징·워싱턴=김청중·이우승·정재영 특파원,홍주형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