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시민사회 “권력 불법으로 찬탈…전두환을 일벌백계하라” 촉구

“사법부, 5·18 역사 왜곡 세력에 대한 단호한 의지 보여달라”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동으로 들어서고 있다. 광주=뉴시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씨가 자신의 형사재판에 출석한 27일 사법적 단죄와 참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5·18민주화운동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는 전두환씨를 법정 구속해 5·18 역사 왜곡 세력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5·18단체는 “전두환씨는 회고록으로 역사를 부정·왜곡했다. 전씨는 1997년 4월 대법원으로부터 내란·내란목적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가권력을 불법으로 찬탈하고 국민을 학살한 모든 책임을 기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980년 5월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와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며 “전씨의 역사 왜곡은 5·18에 대한 악의적 폄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부 극우세력과 연결돼 있다. 전씨를 법정 구속해 일벌백계하라”고 요구했다.

 

광주 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오월 잇다’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전두환 씨에 대한 단죄가 5·18 진상 규명의 시작이며,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내란 세력에 맞서 목숨을 걸고 민주화를 지켜낸 영령들과 광주시민의 한을 풀어줄 유일한 답”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5·18 역사 왜곡은 지역 갈등을 심화시킨다. 반 역사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를 하는 이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5·18 왜곡 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전씨를 고소한 조영대 신부는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5·18 진상 규명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을 바란다”고 말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법정에 출석한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 법정동 앞에서 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한편 1년여만에 광주법정에 재출석한 전두환씨가 27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한마디 사과 없이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갔다.

 

전씨는 재판에 출석하기 앞서 법정 앞에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를 착용한 전씨는 차량에서 내린 직후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어 “죄가 아주 많습니다. 왜 반성하지 않습니까”라는 기자단의 질문에 전씨는 정면만 응시했다. 또 “사람이 많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도 전씨는 묵묵부답하며 법정동으로 들어갔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