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 '꾸벅꾸벅'…전두환 "헬기 사격 없었다"

법정에서 내내 눈 감고 있던 전씨, 공소사실 묻자 "혐의 부인"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재판 내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됐다.

 

27일 오후 1시57분부터 광주지법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김정훈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은 주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자리에 앉아 잠을 이겨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영상·사진 자료를 제시할 때는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재판에서도 조는 모습을 보였다.

 

 

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재판에 참여한 전 전 대통령은 판사가 “잘 들리느냐”고 묻자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부인 이순자 여사의 도움을 받아 생년월일과 직업, 거주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생년원일과 직업을 물을 때는 잘 안 들린다고 해 이 여사가 한 번 더 설명했으나 주소는 본인이 맞다고 답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리는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5·18 민주화운동 유족이 철장 안에 넣은 ‘전두환 치욕 동상’을 한 남성이 신발로 때리고 있다. 광주=뉴스1

이후 눈을 감고 재판장에 앉아있던 전 전 대통령은 재판장이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눈을 뜨고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더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씨는 해당 답변을 한 뒤 다시 눈을 감았다.

 

전 전 대통령은 인정신문을 위해 지난해 한 차례 재판에 출석한 후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장이 바뀌면서 공판 절차를 갱신하게 됐다. 

 

그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장은 전 전 대통령 측에 “고령인 관계로 집중력이 떨어지면 휴정을 요청하라”고 설명, 재판이 1시간20분 넘게 이어지자 변호인 측의 요청으로 잠시 휴정 후 재개하기로 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