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 수사 중에 숨진 백모 검찰 수사관의 아이폰이 경찰로 인계됐다. 하지만 검찰이 아이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경찰이 껍데기뿐인 이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검찰은 적법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검찰이 텃새를 부리고 있다며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수사관 사망 당시 아이폰 압수수색을 놓고 벌어졌던 검경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27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최근 백 수사관의 아이폰 분석을 모두 끝내고, 변사사건 수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해당 아이폰과 변사사건 기간 중 아이폰을 분석한 자료를 경찰에 넘겼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이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함께 주지 않은 탓에 검찰이 동봉한 분석 자료만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검찰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까닭에 대해 경찰이 휴대폰을 분석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휴대폰을 유류물로 갖고 있는 것이지 정식으로 압수한 것은 아니라 분석할 권한이 없다”며 “현재 상태에선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해독 프로그램으로 분석을 시도하는 것도 법리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찰이 두 번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유족 동의하에 변사사건 수사에 필요한 기간에 한정해 검찰이 분석한 자료를 제공했다”며 “경찰이 추가로 휴대폰을 분석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경찰이 백 수사관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입수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암호해독을 위해 아이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족들에게 동의를 구해 비밀번호를 받는 방법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더라도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청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백 수사관의 아이폰에 대해 경찰이 최소한으로 필요하다고 제시한 기간 동안의 분석 자료는 이미 제공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유족도 변사사건 기간 이상의 자료를 경찰에 넘기는 것은 찬성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수사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발한 ‘청와대발 범죄 첩보문건’에 관여한 사건의 ‘키맨’으로 지목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검찰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후 백 수사관의 사망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입수해 조사에 착수했지만, 검찰이 하루 만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경찰은 이후 변사사건 수사에 검찰이 가져간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며 역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모두 반려하면서 검경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김청윤·이강진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