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사격은 없었습니다.”
27일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전두환(89)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다며 헬기 기총 사격을 전면 부인했다.
전씨는 이날 오후 2시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검찰이 선교사 피터슨 목사가 헬기 사격과 관련한 사진을 제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고 인상만 찌푸렸다.
전씨는 재판 중에 판사나 검사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지난해 3월 재판 때처럼 헬기 사격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1995년 검찰 조사와 5·18 당시 광주에 출동한 군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전씨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1995년 검찰 스스로 헬기 사격은 사실이 아니다고 결정해놓고서 한마디 해명도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것은 자기모순이다. 시류에 따라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당시 검찰 결정문을 보면 헬기 사격 주장이 있었지만 사상자를 발견하지 못해 내란 범죄로 기소하지 못했다”며 “기존 검찰 결정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앞서 전씨는 법정에서 청각 보조장치를 한 채 부인 이순자씨의 도움을 받아 생년월일과 직업, 거주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 응했다. 재판 내내 전씨가 팔짱을 긴 채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자 방청객이 ‘전두환 살인마’라고 고함을 질렀다.
재개된 재판에서 한 방청객이 “그럼 광주시민을 누가 죽였습니까? 공수부대가 죽였잖아! 저 살인마, 전두환 살인마”라고 소리치다 퇴정당하기도 했다.
전씨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 밖에선 전씨의 처벌을 촉구하는 5월 단체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5월단체는 죄수복을 입은 전씨가 무릎을 꿇고 사슬에 묶여 있는 ‘전두환 치욕 동상’을 법원 정문 앞에 설치했다.
재판이 오후 5시22분 마무리된 후 전씨 부부는 이들 단체와 광주시민들의 거센 비난과 항의를 받으며 승용차에 타고 법원을 떠났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파렴치한 거짓말이다’고 주장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재판은 6월1일 오후 2시와 22일 오후 2시에 열리며 각각 검찰 측과 피고인 측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광주 전일빌딩 탄흔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와 5·18 연구소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