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등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는 상황이 호전되고 있지만, 해외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다양한 바이러스 변종이 보고되고 있어, 많은 전문가는 현재와 같은 국제적인 이동의 제한, 비대면 문화의 보편화가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뉴노멀이 불편할 수 있지만 감염병이라고 하는 불가항력적 외부변수에 의해 초래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불평하기보다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디지털 기술이 코로나 사태 극복의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간 많은 사람이 제4차 산업혁명이 실제 오는 것인지, 디지털 기술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궁금해했는데, 코로나라고 하는 강력한 외부충격에 의해 전 세계가 디지털 기술의 테스트 베드가 되고 있다. 원래 블록체인이나 적층제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공지능 같은 기술들은 기반기술(enabling technology)이라고 해서 그 자체가 원재료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독립되어 사용되기보다는 다른 기술이나 기존시스템과 함께 사용되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기업 비즈니스 상황에서 비대면 회의와 작업이 보편화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신뢰를 구축할 것인지, 복잡한 계약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이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분산형 데이터 저장’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담은 블록을 체인 형태로 연결한 후 이를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은행처럼 데이터의 변동내역을 중앙 집중형 서버에 기록하지 않고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에게 데이터 변동내역을 공개하며 이를 모든 참여자가 공유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거래’나 ‘공동작업’이 수반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다. 비대면 비즈니스 미팅에서 서로 주고받았던 대화내용과 합의사항들을 블록체인으로 자동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회의록’이나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주고받은 과업지시 사항과 피드백들을 블록체인으로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작업관리’ 등이 대표적인 적용 사례이다. 전 국민에게 블록체인 ID를 발급한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까지 시행한 바 있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기술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