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샌드위치 패널로 된 건물 외벽은 불에 그슬려 대부분 검게 변했고 일부는 불에 녹아 형체가 일그러졌다. 소방당국은 이곳에서 일하던 38명의 근로자가 화재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소방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용접 공사와 우레탄 폼 등 가연성 물질을 다루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상 2층에서 18명 무더기로 숨져
화재는 지하 2층 공사현장에서 우레탄 작업에 의한 폭발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우레탄 작업을 하면서 발생한 유증기가 화인과 접촉하면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업 중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등이 불길을 키웠을 것이란 얘기다.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 폼이 내뿜는 가스 탓에 불이 발생하기 전 폭발이 먼저 있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이 같은 추정은 불길이 굉장히 빨리 확산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로 다치지 않은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선 “누군가 담배꽁초를 잘못 버려 불이 삽시간에 확산됐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작업 중 원인 미상의 발화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발화 직후 폭발적 연소 및 연기 발생으로 근로자들이 미처 탈출구를 찾지 못하거나 탈출시간을 잃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건물 미완공으로 인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충분하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았던 점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40명 숨진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닮은꼴
이번 사고는 2008년 1월 이천시 호법면에 위치한 냉동창고 건물 화재와 여러 면에서 비슷해 안전불감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지하 1층 냉장실에서 용접작업 중 불꽃이 튀면서 샌드위치 패널에 옮겨붙어 삽시간에 냉동창고 전체로 번졌다. 이 사고로 지하에서 일하던 근로자 등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소방당국은 유증기에 불티가 옮아붙어 연쇄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과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에 번지는 바람에 작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역시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이 번져 작업자들이 대거 숨진 점에서 비슷하다. 같은 해 12월에는 이천시 마장면의 한 물류창고에서 역시 용접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튀면서 8명이 숨졌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으로 된 샌드위치 패널 단열재는 유리섬유 단열재보다 가격이 싸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따라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물류창고는 ‘화약고'와 같아 불이 나면 진화가 쉽지 않다고 소방당국은 지적했다.
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