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한 가운데, 시공사 대표가 다음날 유가족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 말고 대책을 내놓으라”는 유족의 거센 항의에 퇴장하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공사 ‘건우’ 이상섭 대표는 30일 오후 1시55분쯤 화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 내 피해 가족 휴게실을 찾았다.
단상 위로 올라가 무릎을 꿇은 이 대표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흐느꼈다. 그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족 10여명은 이 대표가 구체적인 대책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며 고성을 질렀다.
이에 이 대표는 단상에 올라간 지 5분도 되지 않아 업체 관계자의 부축을 받고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유족들이 “절만 하고 가면 끝이냐”라며 이 대표의 뒤를 쫓았고, 관계자들의 부축에 밖으로 나온 이 대표는 돌연 쓰러졌다. 이후 유족과 관계자들 사이에사 한 때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 대표는 인근에 대기 중이던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족들은 “이 대표가 여기에 왔으면 사고와 관련해 뭐라도 얘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라며 울부짖었다.
현재 시공사 측은 체육관에 관계자를 보내 유족들과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전날 발생한 불로 총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