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울산 지역에 본격 확산된 후 매일 아침 보건소로 의료진 등을 위해 따뜻한 떡을 배달한 떡집 사장님의 기부소식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 사회에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5일 울산 북구보건소에 따르면 지역 떡 브랜드인 ‘떡만드는앙드레’ 초금향(44·여) 대표는 지난 2월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따뜻한 떡 50개(6만원 상당)를 보건소로 배달했다. 오색모듬찰떡과 영양떡, 꿀백설기 등 매일 다른 종류의 떡이었다.
아침마다 전해진 이 따끈한 떡은 코로나19 관련 격무에 지친 보건소 직원과 의료진에게 큰 힘이 됐다. 아침식사를 거르기 쉬운 이들에게 든든한 하루를 열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초 대표의 따뜻한 마음은 본인의 뜻에 따라 알려지지 않다가 지금까지 보내준 정성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는 보건소 직원들의 요구에 뒤늦게 알려졌다.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매일 아침 따뜻한 떡을 받아들면 그 온기에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며 “기부자가 기부 사실 알리기를 한사코 반대했지만 그간 이어진 진심어린 격려에 감사를 전하고 싶어 기부사실을 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초금향 대표는 “창업을 할 때 북구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떡만드는앙드레가 북구 브랜드로 자리잡으면서 소속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북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지역에 있는 식품업체로서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고, 직원들과 함께 논의해 떡을 배달하기로 결정했다. 작은 떡이지만 의료진들에게 힘이 됐다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1년 북구 명촌에 문을 연 ‘떡만드는 앙드레’는 울산을 본점으로 부산, 대구, 창원 등 직가맹점 13곳 등을 둔 울산 향토 브랜드이다. 미나리떡과 무화과떡 등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떡을 만들고 있으며, 전통방식의 떡 재료에 현대적 입맛과 새로운 디자인을 가미해 프랜차이즈경영분야 발전을 가져온 성과로 지난 2016년 대한민국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익명의 기부는 줄을 이었다. 지난 달 13일 오전 8시40분쯤 울산 중구 중앙동 행정복지센터에 한 중년여성이 나타나 박스 하나를 놓고 사라졌다. 박스 안에는 천 마스크 120장과 손 소독제 40개가 들어 있었다. 물건과 함께 든 쪽지에는 ‘손으로 만든 면마스크와 천연오일로 만든 손소독제입니다. 취약계층에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음 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지난 달 14일에는 약사초등학교 3학년 쌍둥이 자매가 부모와 함께 중구 복산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이들 자매는 아동용 마스크 93장이 든 박스를 두고 갔다. 어린 기부자들의 기쁜 선행 소식을 들은 직원이 감사 인사를 하고자 했으나 자매의 부모님은 “마스크를 더 많이 가져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익명으로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달 7일 울산시 남구 무거동 행정복지센터에는 검은 봉지로 싸인 택배가 도착했다. 봉지 안에는 16만3870원의 동전 묶음이 들어 있었다. 봉지 속에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주세요’라는 메모가 들어 있었다. 북구보건소에는 한 남성이 찾아와 손소독제 300개와 소독약품 300개 등 모두 600개의 물품을 싣고와 두고 갔다. 자신을 북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라고만 밝힌 이 남성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남구 삼산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아동들을 위해 써달라”며 아동용 천 마스크 130장을 범서읍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하기도 했다. 20㎏짜리 쌀 2포대를 주민센터에 황급히 두고 간 시민도, 마스크200매와 방진복 2벌을 지구대에 남몰래 두고 간 시민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예술 이벤트를 여는 재능기부까지 있었다. 울산에서 활동 중인 마술사 신현재씨는 지난 달 2일 울산국제볼런티어센터(UIVC)에서 ‘예술과 함께 #코로나19 #차별 극복’을 주제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3장의 도화지에 적힌 글자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술이었다. 마스크 그림이 그려진 얇은 도화지에서는 마스크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고, 신씨는 이 마스크를 울산국제볼런티어센터에 기부했다.
정은아 울산시립무용단 국악파트 연주단원은 남편인 최오성(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씨와 아들 최정준(국립국악고등학교 1학년)군과 함께 ‘영산회상중 타령’을 연주하는 영상을 SNS에 올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했다. 뮤직팩토리 대표 차동혁씨는 울산대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펼치기로 했던 3·1절 기념공연이 불발되자 자신의 SNS에서 공연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취약계층의 코로나19 성금 기부도 줄을 이었다. 지난 3월16일 오후 4시쯤 울산시 남구 남부경찰서 정문 앞. 백발의 70대 할머니가 다가와 경비근무를 서던 의경 앞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내려놓곤 황급히 떠났다.
의경이 “할머니, 이게 뭡니까”하고 묻자 할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장님 주면 됩니다” 답하고는 발길을 재촉했다.
봉투 속에는 마스크 40개와 현금 100만원, 그리고 할머니의 손편지가 들어있었다.
공책을 찢어 만든 편지지에는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할머니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편지에서 할머니는 자신을 “신정3동 기초수급자 70대 노점상”이라고 소개했다.
편지에는 “대구 어려운 분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성금을 보낸다”며 “어려운 분에게 써주시면 고맙겠다. 대구 분들 힘내었으면 한다”고 쓰여있었다. 할머니가 주고 간 마스크 중 25개에는 울산 남구 마크가 찍혀있었고, 15장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마스크였다.
전동진 울산남부서 경무과장은 “남구 마크가 찍힌 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보급된 마스크”라며 “할머니께서 본인이 쓰실 것도 모아서 같이 기부한 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