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업무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임시로 시행되던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등이 오히려 일상화한 만큼 장단점을 분석해 사태가 끝난 뒤에도 전반적인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서울 종로와 서대문, 경기 성남의 분당과 판교 등에 구축·운영 중인 ‘거점 오피스’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거점 오피스는 자사의 각종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 안면 인식 시스템과 예약시스템, 모바일 VDI(가상 데스크톱 인프라), 화상회의 시스템 등 디지털 업무환경을 갖추고 있다. 향후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인천과 경기 고양 등에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K텔레콤은 약 2년 전부터 이미 거점 오피스 확대를 추진해 오던 중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계획을 앞당겼다. 아울러 지난해 8월부터 클라우드·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를 구축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왔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정상근무와 병행해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만큼 시스템은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는 모바일 오피스 업무 체계를 상시로 운영할 방침이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임직원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등 자사의 솔루션들을 활용해 스마트 오피스로 변모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사원의 채용 및 교육 과정도 변화가 확연하다. 단순히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을 넘어 AI나 챗봇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면접을 진행하는 것도 더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삼성SDS는 자사의 원격 협업 솔루션 ‘넥스오피스(Nexoffice)’를 통해 원활한 업무 환경을 구축했다. 코로나19 시국 이전부터 글로벌 전사 임직원이 폭넓게 활용해 온 넥스오피스는 메신저 회의 중 클릭 한 번으로 모든 참석자가 음성·영상통화에 참여할 수 있다. 메모 등 부가기능과 암호화, 비밀대화, 발신 취소 등 다양한 보안 기능을 갖췄다. 삼성SDS는 최근 이 솔루션을 6개월간 무상 제공하는 등 외부 기업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NHN은 최근 임직원의 가족행사도 원격으로 전환했다. 2014년부터 임직원 가족을 판교 사옥에 초청해 회사 소개 및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위 패밀리(WE! FAMILY)’ 행사를 올해에는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직접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과 관련한 제품들은 집으로 발송해 참여도를 높였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 부분은 커다란 장점이지만 그만큼 보안의 취약점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별로 튼튼한 보안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
ICT 업계에서는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자의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대다수는 보안상의 이유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래밍 작업 자체는 집에서 해도 관계는 없지만 높은 보안 수준을 요구하는 작업까지 집으로 가져가서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예외적인 업무 형태를 상시로 전환하는 만큼 그에 대한 제도 정비 및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도 한창이다. 재택근무에 대한 업무지침이나 정상근무 대비 처우수준 등을 사규나 취업규칙 등에 반영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도 최소 수개월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비대면 업무의 장단점을 파악해 적용을 확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보다 혁신에 적극적인 기업일수록 변화의 폭과 속도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