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한국이 익명으로 마스크를 지원하고, 일본이 이러한 선의를 받아들이는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취지 칼럼이 일본 매체인 ‘포브스 재팬’에서 나왔다.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은 지난 6일자 포브스 재팬에 기고한 ‘인도적인 분야를 침범하는 한일 상호간의 악감정’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의료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며, 한국 정부가 일본에 유전자증폭(PCR) 검사키트나 마스크 등의 의료지원을 검토한다는 내용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말을 소개했다.
마키노 편집위원은 이 같은 사태가 매우 안타깝다면서, 청와대는 ‘일본의 요청’이라는 전제를 마스크 지원 조건으로 내걸며, 일본 마스크 지원 반대 여론이 한국 내에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코로나19 문제에 여유가 없으니, 솔직하게 (한국에) 도움을 요청해도 좋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키노 위원은 서울에서 근무하던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인을 향한 응원 메시지가 나왔던 점을 언급한 뒤, “당시 한일 관계는 같은해 12월 교토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까지 좋게 이어지는 정치적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마키노 위원은 “일본과 한국은 정치적인 마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도 “정치적인 충돌에 의해 기후 변화와 감염 등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분야까지 기능을 상실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문제가 한일 양국 어느 한 나라의 해결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마키노 위원은 “일본, 한국이라는 이름 없이 익명으로 지원하고, 그 선의를 받아들일 수 없느냐”며 “‘타이거마스크 운동’이 한일간에 일어나는 것은 무리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글을 맺었다.
과거 일본에서 만화 ‘타이거마스크’의 주인공 이름을 빌려 익명으로 기부 릴레이가 펼쳐졌던 것을 언급한 것으로, 한일 양국이 익명으로 코로나19 해결을 위한 인도적인 협력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마키노 위원의 칼럼을 두고 일본 누리꾼들은 “무리하게 요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먼저 고개 숙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타이거마스크 운동이 진행되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