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행복감 높아지고 취업률 소폭 상승”

기본소득 대상자 ‘삶 만족’, 정신적 긴장·우울·슬픔·외로움 덜 경험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시행한 핀란드에서 그간의 실험 결과를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핀란드 연구진에 따르면 국민들의 행복 수준이 높아지고 취업률도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기본소득 지급이 취업률을 크게 끌어올리진 못했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5∼58세 실업자 2000명에게 다른 소득과 무관하게 매달 560유로(약 74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지급 대상은 2016년 11월 실업수당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서 무작위로 선정됐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을 받은 참가자들의 구직활동을 장려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기존 실업수당은 돈을 벌기 시작하면 중단될 수 있다.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1년간의 취업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기본소득 수령자의 취업률은 2016년 11월 실업수당을 받은 이들로 구성된 대조군보다 약간 높았다.

 

같은 기간 기본소득은 실험 참가자들의 평균 취업 일수는 78일로 대조군보다 6일 더 길었다.

 

반면 삶의 질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삶에 더 만족했고 정신적인 긴장과 우울, 슬픔, 외로움을 덜 경험했으며 타인과 사회 기관을 더 믿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에 대해 핀란드 VATT 경제 연구소는 “기본소득 실험의 취업 효과는 작았다”면서 “이는 핀란드 사회보험기관에서 실업 수당을 받는 일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찾는 것과 관련한 문제는 관료주의나 재정적 장려책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기본소득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여파에 대응할 해법 중 하나로 다시 주목을 받았지만 취업률 증가는 사실상 무의미해 한계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번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결과는 일각에서 ‘복지를 늘리면 국민들이 일 안하고 나태해진다’는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을 줄이고 일자리 정책에 힘을 더하면 가시적인 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취업률과는 별계로 삶의 만족도가 향상되는 등 긍정적 효과는 분명해 추후 보완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적용을 검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이재명 경기지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핀란드의 실험결과를 소개하며 “(삶의 만족도 향상 등) 이 하나만으로도 기본소득이 주는 효과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중 고용된 기간은 78일로 대조군보다 6일 더 고용되는 효과도 드러나는 등 당장은 미미해보일 수도 있지만 굉장히 유의미한 발견”이라며 “기본소득 지급으로 고용일수 증가라는 실험결과는 후자(기본소득)가 전자(실업급여)에 비해 노동 의욕을 더 고취 시킨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이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을 특징으로 한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적 기업 CEO와 IMF, OECD,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는 물론 프란치스코 교황 등 지도자들도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소득 불균형, 내수 침체, 일자리 감소 등을 완화할 수 있으나 재원 마련 등의 현실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존 복지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와 포퓰리즘 논란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