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현충원에 걸린 전두환 전 대통령 친필 기념물들이 이달 중에 모두 교체된다.
국가보훈처는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 입구 현충문 정중앙에 설치된 목제 현판과 현충탑 앞의 헌시비에 새긴 전 전대통령의 친필 글씨를 ‘안중근체’로 바꾸어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 현판과 헌시비 글씨는 1985년 11월 대전현충원 준공을 기념해 전 전대통령이 남긴 것이다.
헌시비에는 ‘대통령 전두환은 온 겨레의 정성을 모아 순국 영령을 이 언덕에 모시나니 하늘과 땅이 함께 길이길이 보호할 것입니다. 1985년 11월6일’이라고 적혀있다.
지난 35년 동안 교체 없이 관리되다 전 전대통령이 내란수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박탈당하면서 교체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보훈처는 이에 역사·문화재·보훈·법률 분야 등 각계 전문가 의견과 자문을 받아 전 전대통령 흔적이 남은 시설물 교체 여부를 검토해왔다.
보훈처는 “국립묘지가 갖는 국가정체성과 국민통합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으로 이견이 많았던 시설물을 교체, 대전현충원과 국가유공자의 영예를 높이기로 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새 현판과 헌시비에는 안중근 의사 의거 11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안중근체가 쓰일 예정이다. 안중근체는 안중근의사기념관·저작권위원회가 안중근 의사가 자필로 쓴 ‘장부가’ 한글 원본 자소를 발췌해 개발한 서체로, 지난 해 10월 공개됐다.
현판은 이달 중 바로 교체되고, 헌시비는 재료 준비 등 시간이 걸려 6~7월쯤 바뀔 예정이다.
대전현충원측은 “안중근 의사는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자 독립군 참모중장으로서 오늘날 군인정신의 귀감이 되는 위인이지만 아직도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마지막 예우 장소인 국립묘지에 그의 정신이 담긴 서체를 사용한다면 국민들에게 좀더 다가갈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삼득 보훈처장은 지난 달 광주를 방문해 5월 단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5·18 40주년 기념일 이전에 현판과 헌시비를 바꿀 것”이라는 방침을 전달한 바있다.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 해 “일제침략과 6·25전쟁, 월남전 등에서 활약한 애국지사와 순국영령,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대전현충원 현충문 중앙에 걸린 전씨의 현판과 헌시비를 철거해달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014년 경찰청 로비 벽에 새겨 있던 전두환 글씨 ‘호국경찰’을 경찰청이 자발적으로 철거한 전례가 있다”며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서훈과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전씨 친필 현판 등은 마땅히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