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업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월 지급액이 1조원에 다다랐다. 전년 동월 대비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은 ‘카드 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폭증했던 2004년 때보다도 낮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고용 충격’이 정부 통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4월만 9933억원… 한 달 만에 또 경신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4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총 9933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사상 최대 지급액 규모를 기록한 지난 3월(8982억원)보다도 951억원이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실상은 절반도 채 드러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직급여는 일정 기간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데, 전체 취업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절반을 밑돌기 때문이다.
고용부의 노동시장 동향 통계에는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인 영세자영업자·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향후 이들이 포함된 통계청 조사에선 고용 충격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통계로 드러난 ‘채용 가뭄’… “고용유지 노력도”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도 ‘카드 대란’ 때보다 낮아졌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77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1361만2000명) 대비 16만3000명(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지난 3월의 증가폭(25만3000명)이 공개되자 “카드 대란이 한창이던 2004년 5월(23만7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한 달 새 9만명이 더 줄면서 카드 대란 때보다 증가가 더뎌졌다.
증가폭 둔화세는 고용보험 자격 취득자 수가 크게 줄어든 데에서 비롯했다. 지난달 고용보험 자격 취득자는 56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만1000명이 감소했다. 증감 수는 2017∼2019년 매번 ‘플러스’값을 기록했지만 지난 3월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 이어 4월엔 감소폭이 더 커졌다.
취득자 수 감소는 코로나19로 기업의 신규채용 계획이 일제히 취소·연기된 영향이 컸다. 감소분 12만여명 가운데 처음 입직한 청년들인 신규 취득자가 2만2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8개월째 ‘마이너스’… 영세사업장 ‘직격타’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세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전자통신·금속가공 등에서 마이너스가 지속됐고, 지난달 들어선 식료품업도 ‘마이너스 대열’에 합류했다.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도 점점 약해지는 추세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폭은 19만2000명으로 올해 1월, 2월(약 40만명)의 반토막 수준이다. 보건·복지업, 숙박·음식업, 교육서비스업 등에서 가입자 증가폭이 줄줄이 떨어졌다. 특히 호텔을 포함한 숙박업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자가 3월 1500명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4월엔 3200명이 감소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소규모 사업장부터 코로나19 충격을 고스란히 껴안았다. 5∼29인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은 2월 8만8000명, 3월 5만3000명, 4월 2만3000명으로 눈에 띄게 떨어졌다. 5인 미만 사업장도 2월 8만4000명에서 4월 3만3000명으로 떨어졌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