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라임 투자금 조폭 유입 정황 포착… 300억대 ‘카지노 리조트’ 인수 수사

도피 중 ‘메트로폴리탄’ 실소유주 / 국내 조폭 소유의 리조트 사들여 / 차명으로 지분 인수 편법도 동원

1조6000억원대 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라임자산의 일부 자금이 조직폭력배에게까지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라임자산으로부터 3000억원가량을 투자받은 부동산개발회사 ‘메트로폴리탄’의 실소유주 김모(47) 회장 측을 통해 라임자산 자금 일부가 조직폭력배에게 들어간 정황을 파악하고 돈의 흐름을 조사 중이다.

 

김 회장은 2018년 말 메트로폴리탄을 통해 라임자산으로부터 받은 투자금 중 300억원가량을 들여 필리핀 세부에 있는 한 카지노 리조트를 인수했다. 인수 전 소유주는 국내의 한 조직폭력배 일당으로, 이들은 리조트 지분을 놓고 생긴 내분으로 총격전까지 벌여 현지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이 부동산을 살 때, 지분의 40%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필리핀 현지법을 피하기 위해 현지인의 이름을 빌려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는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에게 지분을 매각한 조폭들 역시 현지인 명의로 지분을 보유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들처럼 차명으로 카지노 리조트 지분을 매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매수인과 매도인, 카지노 운영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형성돼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따라 김 회장과 이들 조폭의 관계가 그만큼 두터운 것 아니겠느냐는 의혹 등도 제기된다.

 

앞서 이 리조트의 채권자 A씨는 김 회장 등이 리조트 인수를 명목으로 라임자산으로부터 투자받은 돈을 횡령했고, 이를 폭력조직에 인수대금 명목으로 넘겨 자금을 세탁했다며 이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김 회장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한편 라임자산 펀드 자금이 투입된 코스닥상장사 ‘에스모’의 주가를 조작해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씨 등은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에스모 주식 70%를 인수한 이모 (에스모) 회장 등과 공모해 에스모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고가에 팔아 부당이득을 냈다”며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씨 측은 “피고인별로 주식 시세 조종에 가담한 정도나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정범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부당 이익의 산정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에스모를 무자본 인수·합병한 뒤 주가를 조작해 시세 차익으로 83억원을 부당취득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