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확산으로 교육 당국의 등교 재연기 방침이 나오자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지난 3월부터 돌봄 공백을 메우느라 온갖 방법을 다 쓴 맞벌이 부모는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어서 충격이 작지 않았다.
삼남매를 둔 맞벌이 직장인 신모(47)씨는 11일 “죄송하지만 부모님 손에 일주일만 더 아이를 맡겨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로한 부모님에게 무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시간을 낼 수도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고도 했다.
주민들은 벽보에서 “어린아이, 중·고등학생들도 밖에 못 나가고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는데, 이태원 업소 가서 날라리처럼 춤추고 확진자 돼서 좋겠습니다”라며 확진자를 원망했다. 벽보를 쓴 주민은 이어 “초·중·고등학생에게 미안한 줄 아십쇼. 그게 부모 마음일 겁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대전 유성구에서 고2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 B(50·여)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젊은이들에 대한 원망이 있다”고 언급했다.
인천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모(34)씨는 등교 연기가 발표되기 전 통화에서 “더 이상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 벅차 등교개학만을 기다려왔는데, 더 미뤄지면 너무 지칠 것 같다”며 “물론 아이의 코로나19 감염이 우려스럽긴 하지만, 아이 교육을 생각했을 때도 이제는 등교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박모(50)씨도 “솔직히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이가 정말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상황이고 당장 내년이면 고3인데 한 학기를 진도도 못 나가고 거의 버리다시피 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에 나가야 해 아이만 집에 두는 것도 기간이 길어지니 마음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일부 교사들도 학사일정 차질을 우려한다. 경기도 지역의 중학교 교사인 서모(52)씨는 “온라인 수업에는 한계가 있어 개학 후 수업내용 확인 복습, 수행평가, 시험 등을 치러야 하는데 지금도 이미 해야 할 일이 많이 밀린 상황”이라면서 “여기서 더 개학이 미뤄진다면 개학 후 일정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교사 입장에서 개학 추가 연기는 꽤 큰 무리”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강진·박지원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