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대의 등장
코로나 세대는 흔히 코로나19 팬더믹 발생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야 하는 10, 20, 30대의 젊은 층도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미국의 언론 매체 ‘애틀랜틱’이 최근 보도했다.
전쟁, 공황, 거대한 사회 운동 등이 지구촌을 휩쓸면 그 시대의 특징을 반영하는 세대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가 전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영·유아, 각급 학교 학생, 사회 초년생이 공통적으로 심각한 경제난과 급변한 사회 속에서 글로벌 대참사의 짐을 평생 떠안고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아울러 코로나 세대로 규정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 견해라고 이 매체가 전했다.
지금까지는 세계 각국에서 교육이 기회의 사다리였다. 코로나 세대는 교육에 미래를 걸기가 쉽지 않다. 학교를 졸업하고, 특정 기술을 습득해도 그에 걸맞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우면 교육에 대한 투자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실시된 최근 조사에서 대학 입학을 1년 또는 그 이상 늦추는 ‘갭 이어’(gap year) 선택이 늘어나고 있다. 또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학 대신에 거주지 근처에 있는 주립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블룸버그통신은 밀레니얼세대를 1981년부터 1996년까지 출생자로 규정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Z세대로 불린다. Z세대의 막내는 대체로 2012년 출생자다.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알파(Alpha) 세대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약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1차 경제 쇼크에 시달렸다가 이번에 다시 코로나19 대참사를 겪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밀레니얼세대는 2008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대학 등록금 빚을 안은 채 사회에 나왔다”면서 “그 위기의 여파로 직장에서 이들의 임금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지적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직장에서 근무 연한이 짧아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처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서 해고 대상 1순위이다. 애비게일 애덤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테오도라 보네바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 등이 최근 미국과 영국의 근로자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에서 근무 기간이 비교적 짧고, 시급이 낮은 시간제 근로자가 최우선적인 해고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30세 미만 근로자의 69%가 코로나19로 근무시간이 줄었고, 58%가 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40∼55세 근로자는 근무 시간 49%, 소득이 36% 줄어드는 데 그쳤다. 미 카네기멜런대의 수 린 위 교수는 경제 위기 당시에 전문직 경력을 시작한 사람은 일자리 유동성 저하로 향후 20년간 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예일대와 로체스터대 공동 연구 조사 결과를 인용해 실업률이 10%가 넘는 고용 시장에서 취업한 근로자는 향후 10년에 걸쳐 연평균 소득이 평균 1.8%가 낮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20, 30대는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다른 세대의 같은 연령층과 비교할 때 주택 소유 비율, 실질 임금 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보고서에서 밝혔다. 애틀랜틱은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의 경제적 안정을 누리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갈 곳 없는 취준생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요셉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취업 전선에 나선 청년층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경제가 정상화해도 향후 10년간 승진 지연과 경력 상실 등으로 인한 임금 손실을 겪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첫 입사가 1년 늦어지면 같은 나이의 근로자에 비해 10년 동안 연평균 임금이 4∼8%가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취준생은 심각한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는 대체로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에 5∼6월은 졸업과 취업 시즌이다. 미국에서 이번 5월을 전후해 대학 문을 나서는 졸업생은 200만명가량이다. 이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어렵게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식 없이 대학 문을 나서고 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동결로 최악의 고용 절벽에 직면했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올해 대졸자는 일자리도 없고, 돈도 없고, 사회생활을 할 곳도 없다”면서 “이들의 머릿속에는 현 사태가 언제 끝날지, 이 고통이 평생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뿐”이라고 보도했다.
경기 침체기에는 취업이 어려워 대학원 진학 등을 고려할 수 있으나 이번에는 대학원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장학금 수혜 기회도 줄었다. 졸업 이후 전망도 불투명해 석·박사 학위나 전문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기도 어렵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