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또 다른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젊은층의 감염 대응과 감시, 자발성·공개성에 근거한 방역의 실효성 확보 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으로 우리 방역체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102명이다. 이태원 클럽 방문이 73명, 접촉자가 29명이다. 만 19세 3명, 20대 67명, 30대 23명으로 2030 젊은층이 대부분이다.
킹클럽 등 기존에 알려진 5개 클럽 외에도 메이드 등 또 다른 클럽 2곳에서도 2명의 환자가 확인됐다. 이는 코로나19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태원 등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번져있음을 시사한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견된 규모를 볼 때 한 달 전 또는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방역 당국도 앞선 전파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어딘가에 조용한 전파가 진행됐고, 밀집된 환경에서 환자 발생이 늘어났으며, 의료기관의 신고로 첫 환자가 발견된 것이 이번 유행의 개요”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2030 젊은층이 조용한 전파를 일으키지 않도록 감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젊은층은 증상이 심하지 않아 발견이 쉽지 않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입대 전 전수검사를 하는 등 지역감염이 어느 정도 퍼졌는지를 볼 수 있는 감시체계를 몇 개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이제 막 시작돼 초기에 발견된 것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전파가 많이 이뤄진 뒤 뒤늦게 발견된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해볼 수 있다. 코로나19 환자를 신속하게 찾지 못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사회 전파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한 단계 낮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쳐 코로나19가 안정되면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지만, 최악의 경우 다시 고삐를 죄어야 하는 상황이다. 고3의 등교 연기 결정도 이 같은 우려가 배경에 있다.
방역 당국은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도 집단감염 한 건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지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규 환자를 신속하게 찾아내고, 개개인은 위생수칙을 지켜 전파를 차단한다면 의료계에서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생활 속 사회적 거리두기 계획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의식주와 학습 등 필수적인 활동 위주로 단계적, 선택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