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미국과 일본에서 ‘반도체 자국주의’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형 재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것이다.
13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만의 TSMC로 알려졌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으로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의 주요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TSMC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대만 이외의 지역에도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정부와 협의했다”고 전했다. 인텔은 직접 특정 지역을 거론하며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할 충분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인텔이나 TSMC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을 두고보는 것은 어렵다. 자칫 애플이나 퀄컴, 엔비디아와 같은 거대 고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지형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초격차의 기술력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필수기술로 꼽히는 반도체 분야의 주도권은 무역 장벽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목표로 하는 ‘반도체 비전 2030’ 비전을 내세우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