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법인세 인하·유동성 지원 절실”

경총 회장단회의서 정부에 촉구/ 손경식 “2분기 실물지표 본격 악화/ 법인세 내려 미래투자 여력 확충을”/ 근로시간 관련 규제 완화도 요구

“해외생산 기지 가동중단에 따른 손실까지 국내 본사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경영안정자금과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규모로 이뤄져야 합니다.”

1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회의에 참석한 손경식 경총 회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백우석 OCI 회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손 회장, 심갑보 삼익THK 고문, 조규옥 전방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동현수 두산 부회장. 경총 제공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3일 열린 ‘경총회장단회의’ 인사말에서 “2분기에는 기업 매출 격감과 영업이익의 대규모 적자전환을 비롯한 실물경제 지표 악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작심한 듯 정부를 향한 지원 요구 목소리를 높인 셈이다.

이날 회의는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회장단회의가 경총의 주요 정책 활동에 대해 논의하는 ‘공식 회의체’로 격상된 이후 처음 개최됐다. 손 회장을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등이 참석했다.



경총 회장단은 특히 이날 회의에서 정부의 유동성 지원과 함께 선진 각국보다 높은 한국의 법인세율 인하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악화한 경영계 수익성을 보완하고 투자·고용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2010년대 중반까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추세였으나,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세법을 고쳐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9%)보다 높고, 가입 35개 국가 중 8번째 높은 세율이다. 이런 급격한 법인세율 인상이 글로벌 추세에 ‘엇박자’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0년 대비 2018년 법인세율이 오른 OECD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6개국뿐이다. 반면 인하한 국가는 19개국에 달한다. 일본(23.2%), 태국(20%), 대만·싱가포르(17%) 등 아시아 주변 경쟁국도 우리보다 법인세율이 낮다.

또한 한국은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을 2단계로 유지하다가 2013년부터 3단계로 확대했고, 2018년부터는 최고세율인상과 함께 한 구간을 더 신설했다.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은 단일세율 구조이며, 3단계 이상 세율구조를 가진 국가는 우리나라와 벨기에밖에 없어 이 또한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높은 법인세율과 복잡한 과세구간은 기업활동 및 경제성장에 큰 부담이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하면서 2018년 성장률을 3.2%로 끌어올렸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사실상의 ‘완전 고용’ 상태를 유지했다.

손 회장은 “기업 환경의 상징적 지표인 법인세를 글로벌 스탠더드를 감안한 적정 수준으로 인하해 기업들의 미래 산업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인하와 함께 경총은 근로시간 관련 규제의 완화를 요구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특별연장근로 인가범위 확대 및 절차 간소화 등이다. 이 밖에도 경총은 투자세액공제제도 및 이월결손금제도 개선, 화평·화관법 규제 완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률 인하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경총은 이들 건의사항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