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빈소 찾은 박원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어떻게 이런 갑질이…"

입주민으로부터 모욕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후 스스로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경비원 고(故) 최모씨의 빈소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왜 이런 갑질이 반복되는지 우리 모두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어제(13일) 빈소에 다녀왔다”며 “주민 갑질로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인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주민의 폭행·폭언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고 최희석 씨 사건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진은 박원순 시장이 빈소에 다녀간 모습.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캡처

박 시장은 이어 “고유업무 외에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아파트 경비일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노동”이라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어렵고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는 분명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사회”라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어떻게 이런 전근대적인 갑질이 횡행해서야 되겠냐”고 일침했다.

 

그는 “더는 이런 가슴아픈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존중 사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겠다”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입주민들은 경비원 최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입주민 A씨에 대해 일부 입주민들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탄원서를 받아 이르면 이번 주 내 경찰에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탄원서에는 ‘이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을 머슴으로 취급하는 갑질 폭력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사회적 약자의 벗인 경찰의 신속한 수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엄정한 법 집행을 기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최씨가 생전 근무했던 경비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은 정리됐다. 최씨의 장례가 마무리된 것에 따른 조치다. 유족들은 A씨의 사과를 기다린다며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발인을 이날 오전으로 미루기도 했다. A씨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빈소를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들은 “입주민과 시민들이 최씨에게 남긴 메모, 쪽지들은 이른 시간 내에 유족에게 전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 괴롭힘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최희석 경비원의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A씨를 입건하고 아파트 주변 탐문 조사를 실시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건 발생 후부터 폐쇄회로(CC)TV, 블랙박스 영상 확보 등 증거물 확보와 주변 탐문 수사 중이다. 경찰은 자료 검토 및 고소인 측 조사를 마친 후 A씨를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주 내에 소환하고자 한다”며 “A씨가 방문조사를 원할 수도 있지만 소환조사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