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기부금 논란‘ 법정서 진실 밝혀지나… ‘윤미향 호위무사’ 나선 與

윤미향·정의연 기부금 논란 확산 /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 비용 등 / 법인 아닌 윤 개인 계좌로 모금 / 정의연 측 “상주 자격으로 나서 / 장례 후 남은 돈 기부·장학금 써” / 회계처리 부실 지적 끊이지 않아 / 시민단체 “진실 규명” 5건 고발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갈래다. 후원금을 불투명하게 운용했다는 부실회계 의혹과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위안부 합의 내용 전달 논란은 진위를 떠나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평가이지만 기부금 운용 대목은 시민단체의 고발장이 잇따라 검찰에 접수되면서 법적 책임론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회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14일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근처의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벽에 붙은 메모를 한 시민이 읽고 있다. 이제원 기자

◆회계 논란… 법적 책임론으로 비화 조짐



14일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이 정의연 이사장 재직 시절 본인의 개인 계좌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김복동·안점순 할머니의 장례비용, 길원옥 할머니의 유럽 캠페인 경비 등을 정의연 법인 계좌가 아닌 윤 당선인 명의의 개인 계좌로 모금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계좌가 적힌 관련 게시물 일부는 현재까지도 SNS상에 남아 있다.

정의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 당시 윤 당선인이 상주 자격으로 장례를 치렀다”며 “통상 다른 단체들이 진행하는 것처럼 조의금을 받기 위한 상주의 계좌를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상주의 계좌로 모금된 조의금으로 발인 당일 노제를 포함한 모든 장례를 치르고, 남은 조의금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시민단체 기부와 장학금으로 사용됐다”며 “그 외 개인 모금은 2017년 시행된 기부금품모집법이 제정되지 않았고, 시행 이후 해당법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한 안내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정의연은 이밖에도 논란이 된 회계 문제들이 횡령이나 자금 유용이 아닌 관행이나 단순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정의연은 ‘2018년 한 맥줏집에서 기부금 3300여만원을 썼다’, ‘안점순 할머니 1명에게 현금 4억7000만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모두 국세청 지침에 따라 ‘대표 지급처’로 기재한 것일 뿐 실제로 한 곳에 모두 지출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 실제 국세청의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 관련 서식 및 지침’에는 동일 목적으로 유사한 금액을 지출할 경우에 이 같은 작성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한 곳에 ‘연간 100만원 이상’을 지출한 경우에는 별도로 기재하라고 정하고 있어 정의연의 해명이 명쾌하지는 않다.

기부금 지출내역에 수혜 인원을 ‘99명’, ‘999명’ 등으로 적어 회계처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의연은 관행적으로 한 표기라는 입장이다.

정의연의 이 같은 해명에도 기부자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가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공시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는 어렵다.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회계감사를 규제나 외부의 간섭으로만 생각하는 인식이 문제”라며 “기부자들의 소중한 돈인 만큼 더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주상 행동하는 자유시민 공동대표(왼쪽)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윤미향 전 정 의기억연대 이사장과 이나영 현 이사장을 횡령 및 사기죄로 고발하고 있다. 뉴스1

◆잇따른 고발… 결국 법정서 진실 밝혀지나

정의연 해명에도 윤 당선인과 정의연 등을 상대로 한 고발이 이어지면서 이번 논란이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윤 당선인과 성명 불상의 공범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배임, 사기 등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언론 보도를 인용해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대협은 수천만원의 회계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증빙서류 제출을 거부했다”며 “수사기관에서 정의연의 영수증을 모두 확보해야만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고 보고 고발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 고발장을 비롯해 현재 검찰에 윤 당선인 등을 상대로 접수된 고발은 5건이다. 앞서 시민단체 활빈단,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 바른교육권실천행동, 자유대한호국단, 행동하는자유시민 등이 윤 당선인을 횡령, 배임, 사기, 아동·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윤미향 호위무사’ 나선 與 의원·당선인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4일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부당한 공세에 불과하다”며 윤 당선인 호위무사로 나섰다.

 

민주당 강창일·김상희·남인순·홍익표·송갑석·정춘숙·제윤경 의원과 고민정·양향자·이수진·임오경 당선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세력은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오랜 믿음에 기반한 피해자들과 윤 당선인 간 이간질을 멈추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전심을 다 해온 단체와 개인의 삶을 모독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논란이 시작된 이후 여당이 단체행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부당한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담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인순, 홍익표, 김상희 의원. 연합뉴스

앞서 지난 7일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이 주최한 수요집회 모금 사용처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당선인에 대해서도 “2015년 한일협정 당시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데 (윤미향) 대표만 알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한일 위한부 합의 사전인지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익표 의원은 정의연의 성금 유용 의혹에 대해 “정의연의 기금 모집, 운영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데 공정하게 조사가 이뤄져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당선인의 위안부 합의 사전인지 의혹과 관련해선 “당시 일본군위안부대책소위원장이었던 나조차 몰랐다”며 “10억엔이라는 액수는 합의 발표 이전부터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나왔던 얘기”라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윤 당선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기부금을 개인계좌로 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데 대해 민주당의 사과와 윤 당선인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연합뉴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가 국제적 핫이슈를 다루면서도 공사 구분조차 못했다는 건 분명하다”며 “위안부 운동 도덕성에 큰 오점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장능인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윤 당선인의 업무상 횡령 의혹에 대해 집권여당의 사과와 강력한 징계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그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던 국민의당도 첫 논평을 내고 가세했다.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당선자는 어쭙잖은 이념논리와 편가르기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고 회계 내역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주장했다.

 

친여 성향 공지영 작가도 비판에 동참했다. 그는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할머니는) 여느 운동가들의 대모격인데 이런 분을 목돈 필요한 노인으로 폄훼하다니”라며 윤 당선인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했다.

 

유지혜·곽은산·장혜진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