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비디오’ 손정우 아버지가 직접 아들 고소… 꼼수 논란

미국 송환 막으려 아들 고소? “동의 없이 내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 개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24)씨에 대한 미국 범죄인 인도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그의 부친이 국민청원에 이어 이번엔 아들을 직접 고소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손씨의 아버지는 아들(손정우)을 상대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손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동의 없이 자신의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수익금을 거래·은닉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아들을 고소한 이유는 국내에서 처벌을 받도록 해 ‘미국 송환만은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웰컴 투 비디오’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운영하며 4000여명에게 아동·청소년 성 착취 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에 법원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손씨에게 지난해 5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손씨는 지난달 27일 구속 기간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인도 구속 영장 발부로 재구속된 상태다.

 

국제 수사기관 공조수사로 폐쇄된 ‘웰컴 투 비디오(W2V)’. 경찰청 제공

 

미국 연방대배심은 지난 2018년 8월 손씨를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미국 법무부는 손씨의 출소를 앞두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손씨의 강제 송환을 요구했다.

 

우리나라 법무부는 여러 죄명 중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만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오는 19일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관련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한편 손씨의 아버지는 지난 5일 재판부에 A4용지 3장 분량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아들이 미국에 송환돼 다시 재판을 받는 것은 가혹하다며 범죄인 인도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탄원서에서 그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들이 식생활과 언어·문화가 다른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너무나 가혹하다”면서 “(미국에선) 자금세탁과 소지죄만 적용해도 (징역) 50년, 한국에서의 재판은 별개의 재판이라고 하면서 몇 개의 기소만 소급해도 100년 이상인데 어떻게 사지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도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흉악한 범죄인도 인권이 있고 가해자나 피해자나 한 사회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범행 초기에 잡혀 엄한 처벌이 이뤄졌다면 제 아들도 미국에서 처벌을 받는 불행을 막았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아들의 미국 송환만은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