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2013년 11월 19일 서울 종로구 맥줏집 옥토버훼스트에서 열린 한 시민단체 후원행사에 참석했었다. 맥줏집은 참석자들로 붐볐고 경품행사도 진행됐다. 운 좋게 경품에 당첨됐다. 꽤 괜찮은 등받이 좌식의자를 얼결에 받은 그날 이후 이번 달까지 큰돈은 아니지만 매달 정기후원을 했다. 피해자를 위해 한 것도 없는데 경품을 받은 게 미안해서였다. 미안함은 피해자를 향한 것이었고 8년째 기부를 해온 이유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위한 기부가 아니었다.
1990년 발족한 정대협과 2015년 설립된 정의기억재단이 통합해 2018년 출범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이 터져 나오기 전 여러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접했을 때 설마 했다. 사실이 아닐 것이라 믿었다. 이들 단체가 2015년 이후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모두 내려받아 살펴봤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부금 가운데 얼마나 돌아갔는지 궁금해서였다. 2016년 기억재단의 기부금 수입은 12억8806만105원인데 이 중 할머니들을 위한 ‘피해자지원사업’ 수혜자는 30명, 액수는 고작 270만원이었다. 할머니 한 분당 9만원씩 돌아간 셈이다. 정의연의 2018년 기부금 수입 약 12억원 가운데 할머니들(27명)에게 이뤄진 현금성 지원은 2320만7755원으로 한 분당 약 86만원꼴이다.
이들 단체의 기부금 수입·지출 내역서엔 연도 불문하고 모금·기림·홍보사업 등 각종 사업 명목 수혜자 인원이 99 또는 999라는 반복적 숫자가 등장한다. 단순 실수라기보다 그냥 대충 입력한 숫자로 보인다. 기억재단이 2017년 월별로 신고한 피해자지원사업 수혜자를 모두 더하면 89명인데 총 수혜 인원은 45명으로 기재되어 있다. 초등학생이 쓴 용돈기입장만도 못한 엉터리 회계다. 이런 게 관행이라 주장하는 건 억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