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마음을 읽어라”… 취향 저격 콘텐츠 무한경쟁 [S스토리]

비대면 경제시대… 기업 ‘플랫폼’에 몰린다 / 유튜브·구글·카카오·네이버 등 / 공급·수요자 이어주며 가치 창출 / 단순유통망 벗어나 독자시장 형성 / 기업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로

“같은 상품들의 가격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이용하기가 편리한 거 같아요.”

 

자취하는 직장인 김희진(36)씨는 생필품을 대부분 네이버 쇼핑에서 산다. 최근 재미 들인 VR게임은 전자소프트웨어 유통망(ESD)인 스팀에서 구매했다. 뉴스는 유튜브, 드라마·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본다. 책을 사는 대신 전자책 구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를 이용한다. 과거보다 독서량이 늘었다.

 

김씨의 일상은 이처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에서 주로 이뤄진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마트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5일 “스팀에는 관심 있는 게임들이 대부분 있어 비교하기 편하고 직접 게임 정보도 찾을 수 있다”며 “네이버 쇼핑은 가격을 비교해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경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플랫폼은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땔 수 없는 비즈니스가 됐다. 온라인 마켓은 물론 유튜브와 넷플릭스,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공유까지 각종 플랫폼은 모두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플랫폼 기업은 제품을 만들지 않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원활하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공급·수요자의 거래를 연결·중개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플랫폼 전략의 핵심이다. 좋은 제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는지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공이 좌우된다. 플랫폼이 과거 단순한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서 벗어나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기업 성공을 위한 하나의 필수 요소가 된 것이다. 플랫폼 기반 사업 여부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튜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최근 급성장한 글로벌 기업은 자체 플랫폼 비즈니스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40년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매출 절반이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나올 것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기존 기업은 플랫폼의 파괴적 혁신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플랫폼에서의 사업 기회를 탐색하며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타 플랫폼과 협력하는 등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동근 삼정KPMG 디지털본부 상무는 “글로벌 기업들이 플랫폼 기반 사업을 확장하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며 “향후 대부분의 산업이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들도 플랫폼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전쟁터다. 유튜브의 급성장으로 아프리카TV, 네이버TV, 카카오TV가 동영상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상륙으로 사실상 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OTT) 시장은 새로운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 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국 637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OTT 서비스별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유튜브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페이스북과 네이버TV의 이용률 감소, 넷플릭스의 도전이 돋보인다. 2018년 1.3%의 이용률을 보였던 넷플릭스는 작년 4.9%로 성장해 같은 기간 4% 이용률에 그친 아프리카TV를 앞질렀다. 유튜브는 지난해 47.8%를 차지해 국내 OTT 시장을 독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 플랫폼사는 좋은 콘텐츠를 양산하기 위해 유명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지원, 편리한 사용환경 제공 등을 통해 사용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플랫폼은 콘텐츠, 네트워크, 디바이스와 함께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의 핵심 4가지 요소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향후 5G 등 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며 “더욱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유저의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TV는 이를 대비해 현재 강점을 지닌 라이브 스트리밍을 바탕으로 VOD, 오디오 등의 플랫폼 서비스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집단을 연결해주는 곳은 모두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집을 구하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은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플랫폼이다. 플랫폼 기업은 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원활하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에 공급자나 수요자 어디 한쪽에 치우지지 말고 모두 충분히 끌어들여야 한다.

 

게임을 판매하는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ESD)과 11번가나 G마켓처럼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쇼핑몰도 치열한 경쟁을 이루고 있는 플랫폼 시장이다.

 

최근 VR(가상)·AR(증강) 게임까지 선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ESD의 주자인 스팀을 중심으로 ‘GOG Galaxy’ ‘오리진’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이 각종 게임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게임을 구동하는 데 필수인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인 에픽게임즈의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개발사에게 무려 88%의 수익 배분율을 제공하며 메이저 게임 확보와 매주마다 무료 게임을 제공하는 등 플랫폼 보급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관계자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개발사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발빠르게 좋은 게임을 선보이고 있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사는 수수료를 없애거나 보상 등 다양한 혜택을 통해 소비자들을 모으는 한편, IT를 기반으로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정KPMG가 발간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글로벌 시총 10대 기업에 플랫폼 비즈니스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가 이름을 올렸다. 2009년 말 기준 전 세계 시총 10대 기업 중 플랫폼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뿐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 발달과 함께 플랫폼 영향력이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들 비중도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애플리코는 2040년엔 S&P500 기업 매출 절반이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나올 거라 추산했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기업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2012년 4534억원이었던 카카오 매출은 지난해 3조898억원까지 성장하며 3조원 시대를 열었다. 시가총액만 12조400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1조7987억원에서 6조5934억원으로 늘었고 시가총액은 25조원이 넘는다.

 

송으뜸 트렌드모니터 콘텐츠본부 차장은 “제품과 콘텐츠의 양과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어디에서 어떤 상품을 찾아야 할지를 어려워하는 소비자들이 다양하고, 차별화된 상품들을 보유한 ‘플랫폼’을 찾게 될 수밖에 없다”며 “개별 상품의 가치만큼이나 경쟁력 있는 다양한 상품들을 담아낼 ‘그릇’ 역할을 하는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