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배, 최악 ‘저온 피해’…"열매없어” 재배포기 농가도

이상기후로 착과불량 최대 90%

전남 나주 봉황에 사는 장영배(71)씨는 최근 배 열매를 속아내는 작업을 하다 열매가 거의 매달려있지 않아 당황했다. 장씨는 “3000여평의 과수원에 6만∼7만장의 배봉지를 씌웠는데 올해는 3000장이면 될 것 같다”며 “봉지를 씌울 열매가 아예 없어 사실상 포기한 농가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배 주산지 나주지역 배 과수농가들이 사상 최악의 저온 피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주배 농가들이 화분수정을 하고 있다. 나주시 제공

17일 나주시와 배 재배 농가 등에 따르면 봉황과 금천, 노안, 공산 등 나주 전역에서 저온에 따른 배 착과(着果) 불량이 발생했다. 나주시와 농가 등에서는 저온 피해율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9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배 봉지 씌우기 작업과 농가로부터 피해 접수가 마무리되면 최종 집계가 나오지만 최근 3∼4년 새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기후가 배 농가에 치명타를 안겼다. 저온 피해는 지난달 5일 무렵 영하권의 날씨가 계속된 이상저온 탓이다. 6일에는 아침 기온이 영하 4도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때는 농부들이 배꽃 개화기에 맞춰 인공수분을 시작하던 시기다. 꽃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암술이 냉해를 입는 등 수정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를 줬다. 3월 말에는 상대적으로 1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상대적으로 일교차는 15도 이상 달했다.

나주시는 개화기를 전후해 영하와 영상을 오가는 비정상적인 일교차가 착과 불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재해보험 가입이 매년 느는 추세를 감안해도 저온 피해 보상 가능 농가가 70%에 그치는 점도 상황을 어렵게 한다.

 

나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