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미화원도 ‘끙끙’… 100ℓ 종량제봉투 퇴출 바람

봉투값 아끼려 터질듯 눌러담아 / 무게 제한 25㎏ 넘어 60㎏ 육박 / 최근 3년간 사고피해 270명 달해 / 광주·부산 지자체 잇단 제작 중단 / 경기도, 최대용량 75ℓ 하향 추진

“100L 종량제봉투에 공사장 생활폐기물 등 잡다한 걸 담아 배출하고 있어 치우는 데 엄청 힘이 들어요.”

경기 하남시 환경미화원 양진태(35)씨는 100L 쓰레기봉투를 처리하고 나면 손목이 시큰하고 허리가 삐끗할 때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대형마트나 상가, 사무실, 공장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100L 봉투는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무게 제한을 25㎏으로 두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게가 50∼60㎏에 육박하는 경우도 흔하다. 일반 종량제봉투에 넣어서는 안 될 음식물쓰레기나 유리, 고철 등이 담겨 안전에 위협을 하기도 한다.

환경미화원들이 100L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힘겹게 옮기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처럼 100L 봉투가 환경미화원의 부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잦아 전국 지자체들이 제작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와 동구는 지난해 100L 봉투를 아예 없앴다. 경기도 의정부시도 지난해 시민 설문을 거쳐 올 1월부터 100L 봉투를 없애고 75L 봉투를 만들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 2월1일 100L 종량제봉투 제작 중단을 밝혔다.

경기도는 최근 도 차원에서 100L인 종량제봉투의 최대 용량을 75L로 줄이는 방안을 두고 도내 시·군과 협의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권역별 시·군 간담회를 통해 가능한 많은 곳에서 종량제봉투 용량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선 이미 용인시와 성남시가 종량제봉투 최대 용량을 75L로 하향하기로 하고, 각각 이달 20일과 7월1일부터 시행한다. 그동안 대형 종량제봉투의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됐다. 봉투 값을 절약한다며 봉투가 터질 만큼 눌러 담는 경우가 많아 환경미화원 혼자 수거하거나 운반하기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상당수다. 일각에선 75L 봉투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재해자는 1800명이 넘고, 이 중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들다가 상처를 입은 경우가 15%에 달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일부 제도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에서 사업장의 생활계 폐기물 수거용 100L 종량제봉투 제작을 금지한 바 있다. 다만 일반 생활폐기물 종량제봉투는 100L 사용이 아직 허용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량제봉투의 추가적인 용량 조절 등은 지자체의 권한이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100L 봉투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경기도 관계자는 “(2018년 기준) 도내에서 팔린 종량제봉투 1억7000만장 중 100L 봉투는 약 12%인 2100만장에 이른다”며 “적잖은 수요가 있어 용량을 (50L로) 크게 줄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