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진 앞둔 엘리트 경찰 간부들, 줄줄이 KT행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과장 등 ‘승진 코스’로 불리는 주요 보직에 있던 경찰 간부들이 최근 줄줄이 KT로 거취를 옮겼다.

 

1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사표를 낸 강남서 형사과장 서모 전 경정은 이달부터 KT로 출근한다. 또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소속 백모 전 경감과 서울지방경찰청 윤모 전 경위도 각각 같은 회사 주요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모두 유력한 승진 대상이어서 경찰 내부에서는 ‘KT행이 의외’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강남서 형사과장을 지낸 서 전 경정은 경찰대 15기 출신으로 서울 수서서 형사과장, 부산 북부서 형사과장, 경찰청 수사국 등을 거친 전형적인 형사통이다. 경찰청 기획계에서 근무하던 백 전 경감은 경찰대 25기로, 경감 승진 전까지 주로 보안 분야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경위는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윤 전 경위는 올해 범인을 많이 잡아 내년 승진이 유력한 상황이었다”면서 “경위에서 바로 KT 부장급으로 갔다고 해 주변에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에 KT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모두 부장급 대우를 받고 영입됐는데, KT 부장급은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1억원 중반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경찰공무원·소방공무원 및 의무경찰 등의 봉급표에 따르면 수당 등을 제외한 경위 연봉은 1호봉(최저) 2480여만원∼31호봉(최고) 5093여만원이다.

 

경찰 간부들이 민간 기업행을 택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경찰대 2기 졸업생이자 노조 와해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도 경감으로 퇴직해 삼성맨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이 밖에도 조영석 CJ제일제당 부사장, 김희석 전 한화건설 고문, 김사필 전 삼성전자 전무, 영등포경찰서장을 지낸 김두연 AK홀딩스 전 상무 등이 경찰에서 재계로 이직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앞서 KT는 상설기구화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위원회 위원장으로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을 영입하고, 법무실장에 안상돈 전 서울북부지검 검사장을 채용했다. 이 같은 인재 영입은 앞서 KT 전임 회장과 임직원 등이 대거 불법채용 등 법적 고초를 겪은 이후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