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성 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18일 오후 2시쯤 텔레그램 ‘n번방’의 개설자 ‘갓갓(대화명)’ 문형욱(25)이 안동경찰서 현관에 설치된 포토라인에서 ‘목적이 뭐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완전 범죄를 자신하던 문씨의 얼굴과 목소리가 처음 대중에 공개된 순간이었다.
‘왜 그랬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문씨는 “제가 그때”라고 입은 연 뒤 말끝을 흐리며 “피해자분들과 피해자 가족분들께 죄송하다”고 답했다. ‘왜 어린 학생에게 그랬냐’, ‘얼굴 공개 심정은 어떻냐’는 질문에는 “죄송스럽고 죄송스럽다”고 했다. ‘첫 소환조사에 응한 이유는 뭐냐’는 물음에는 “그건 경찰에서 연락이 와서 나왔다”고 했다.
‘(피해자가) 50여명 맞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 정도로 어제 경찰에 말했다”며 “(조주빈과는) 관련 없는 사이다. (지시는) 3건 정도 했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는 가던 길을 멈추고 “죄송하다”고 답한 뒤 경찰 호송차에 올랐다.
같은 시각 한 시민은 ‘5년 전부터 유사 범행, 피해자만 50여명’이라고 적힌 A4용지 십수 장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는 “문형욱은 (연쇄살인범) 유영철보다 더하다. 피해자들은 평생 고통받는다.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외쳤다.
문씨는 ‘박사방’ 사건 피의자인 조주빈(25)과 강훈(19), 이원호(19)에 이어 네 번째 신상공개 사례다. 문씨는 2018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통칭 ‘n번방’으로 불리는 12개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만들어 3000여개의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주범들의 여죄를 캐고 공범, 가입자들도 계속 밝혀내야 한다”며 “아직도 수사해야 할 사안이 ‘산 넘어 산’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죄의식마저 없이 하나의 풍조로 물들어 있던 디지털 성범죄를 이번 기회에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배소영 기자, 김선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