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재판에 나타난 손정우 父 "미국 보내기엔 불쌍해"

"미국, 아동 성착취물 유포 혐의로는 처벌 않겠다고 보증해야"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의 아버지와 그 변호인 측이 법정에서 손씨의 미국 송환을 놓고 필사적인 방어전을 펼쳤다. 검찰은 송환 허가를 주장했지만 손씨 측은 ‘자국민 불인도 원칙’, 그리고 추가 처벌 우려 등을 들어 송환 거절을 요청했다. 손씨의 미국 형량은 성착취 혐의를 제외하더라도 10~20년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통한 혐의로 받은 국내 형량 1년6개월을 훌쩍 뛰어넘는다.

 

손씨 변호인은 19일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심리로 열린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에서 “미국에서 아동음란물 혐의 등으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보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손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 방청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변호인은 범죄인 인도법 제10조가 인도 대상 범죄 외의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청구국(미국)의 보증이 있어야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손씨가 한국에서 이미 성착취물 배포 등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했기 때문에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같은 혐의로 미국에서 처벌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이 때문에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 국내에서 기소되지 않은 자금 세탁 혐의만 심사 대상에 올랐다. 손씨가 미국으로 송환되더라도 인도 대상 범죄인 자금 세탁을 제외한 아동 성착취물 유포 등 혐의로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미국이 보증해야 한다고 손씨 측은 주장한 것이다.

 

변호인은 또 “미국에서는 아동음란물유포음모 혐의로도 기소됐는데, 우리나라 형법상 음모죄는 처벌하지 않으므로 죄형법정주의와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범죄인 인도법에 우선하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서도 인도된 범죄 외의 추가 처벌을 금지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보증의 효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손씨의 변호인은 또 인도 대상 범죄인 자금 세탁 혐의가 증거 부족으로 무죄라는 주장도 했다. 국내 검찰이 손씨를 애초 기소할 때 증거가 불충분해 범죄수익 은닉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손씨가 한 비트코인 관련 거래는 미국과 상당한 추적을 하지 않으면 밝혀내기 어렵다”며 “당시에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 아닌가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당시 손씨에 대해 수사를 할 때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따로 기소하지 않은 경위와 구체적인 조사 내용 등을 확인해 이달 말까지 입장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손씨의 아버지가 손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에 대해서도 “범죄인 인도법에 따르면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확정된 경우가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라며 “수사는 거절 사유가 될 수 없고, 검찰은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손씨는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손씨의 아버지만 법정을 찾았다. 손씨의 아버지는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죄는 위중하지만, 저쪽(미국)으로 보낸다는 것이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한 차례 더 심문을 열고, 그날 곧바로 인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때 손씨를 소환해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