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교수 “文정부 뉴딜정책 규제완화 집중…실행은 민간에 맡겨야” [세계초대석]

글로벌경제 예측 전문가 / 포스트코로나 시대 美 경제회복 전망 / V자 반등 희박…U자 W자형 보일 것 / 실업률 회복은 10년 이상 걸릴 수도 / 정부가 경제 주도하면 활력은 떨어져 / 향후 세계경제 지역화로 큰 흐름 전환 / 수출의존 높은 韓… 미·중 분쟁 대비를 / 생명·경제 놓고 저울질… 변화 불가피해 / 비용부담 있지만 안전 중요성 더 커져 / ‘리쇼어링’·보호무역 주의 거세질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글로벌 경제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이후 최대 침몰 위기를 맞았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택 대피령 여파로 경제 활동이 사실상 동결 상태에 빠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을 가리지 않고 연쇄 도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실업대란이 현실화됐다.
세계 경제 분석 전문가인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가 “미국 경제가 바닥에 머물러 있는 기간은 2∼4년 등 몇 년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세계일보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 위기 현황을 진단하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경제 회복 전망을 알아보려고 미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경제 예측 전문가인 손성원 박사(SS 이코노믹스 회장, 미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경제학 교수)를 찾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6년 ‘올해의 최고 족집게 이코노미스트’로 손 교수를 선정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최고 경제예측 전문가 5인’ 중 한 사람으로 손 교수를 꼽았다. 손 교수는 1973년에 리처드 닉슨 미국 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글로벌 금융기관인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를 지내는 등 정부와 금융계, 학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경제 컨설팅업체 ‘SS 이코노믹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손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가 V자로 반등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U자형 또는 W자형 회복을 할 것이나, 문제는 U자형 회복을 한다고 할 때 그 바닥이 얼마 동안 지속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미국 경제가 바닥에 머물러 있는 기간은 3∼5개월 등의 월 단위가 아니라 2∼4년 등 몇 년이 걸릴 것이고, 실업률이 코로나19 확산 직전 수준으로 내려가는 데 거의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방향은 옳지만, 이를 실행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면서 “특히 한국 정부가 규제 완화 또는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그치고, 실질적인 실행을 민간 기업에 일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경제의 승자와 패자를 주도적으로 결정하려 들면 민간 분야의 생산력이 떨어지고, 국내총생산(GDP)도 하락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인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방역에 성공한 모델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 관리와 방역 분야에서 한국이 선진국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이다. 코로나19로 보호무역 움직임이 나타나고, 중국과 세계 경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해졌다. 한국의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고, 생산력과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생산과 분배 중에서 분배 쪽에 치우친 경제 정책을 펴고 있다. 분배를 중시하면 생산이 떨어지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규제를 늘리면 한국의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뉴딜 정책은.

“그 정책 자체는 좋다. 문제는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시행하려고 5G, 데이터, 인프라 구축, 의료, 교통, 유통, 인공지능 등 비대면 사업을 구체적으로 지원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이다. 미국은 구체적인 실행을 기업 등 민간 분야에 맡긴다. 한국 정부가 미국처럼 아이디어를 내는 데 그쳐야지 이를 직접 실행하려 들면 그 분야의 전체적인 성장이 하락할 수 있다.”

-한국의 통화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행이 과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뒤쫓아가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면에서는 한은이 적극적으로 선제 조처를 하는 등 잘 대처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6개월∼1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선제 조처가 중요하다. 현 상황에서는 유동성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국회의 동의 절차로 시간이 걸리는 재정정책보다 신속하게 효과를 낼 수 있는 통화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환율 전망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투자자들이 몰려든다. 투자자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을 더 중시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라고 보고, 미국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현재 1200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미국에서 U 또는 W자형의 경제 회복 모델이 진행되면서 달러당 1300원대로 올라갈 것으로 본다.”

-미국과 세계 각국이 지금 코로나19 차단과 경제 활동 재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지 않나.

“생명과 경제 두 가지를 동시에 저울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코로나19를 완전히 차단할 때까지 경제 활동을 중단하면 경제가 악화해 국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경제가 나쁘면 자살, 음주, 범죄 등의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국민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단계적으로 조금씩 경제 활동을 시작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세계 각국이 스웨덴과 덴마크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경제 활동에 가급적 간섭하지 않은 스웨덴이나 정부가 직접 통제한 덴마크에서 일반 국민의 소비 패턴에는 특별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가 지금 경제의 흐름을 쉽게 바꿀 수 없다. 미국 등 각국 정부가 공급(supply)을 늘릴 수는 있으나 수요(demand)를 확대할 수는 없어 경제 성장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3조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 효과는.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연준의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노린 처방이다. 우선 급한 불을 끄고, 제2의 대공황을 막으려는 것이다. 정부가 계속 돈을 찍어내면 빚이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구매력이 떨어지고, 소득 불균형이 커진다. 미국 국채를 다량으로 보유한 한국과 중국도 손해를 볼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는 어떻게 바뀌나.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지역화(localization)로 큰 흐름이 전환될 것이다. 미국 등 각국이 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생산을 늘리려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비용 절감을 위한 공급망(supply chain)을 찾았으나 이제는 비용보다는 안전을 중시하는 쪽으로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다. 이런 지역화 흐름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연방 정부보다는 지방 정부의 영향력이 커지는 권력 이동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이후 ‘큰 정부’는 불가피한 것인가.

“미국과 한국 등에서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경제에 한 번 개입하면 그 여파가 오래 간다.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등장한 사회보장제도, 2차대전 이후 생긴 소득세 등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큰 정부가 되면 민간 섹터의 역할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 저하를 초래한다. 미국에서 연준이 지금 기업의 정크본드를 매입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식의 ‘좀비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 정부의 도움으로 사라져야 할 회사가 남아 있으면 생산력이 떨어진다.”

-보호무역과 제조업이 국내로 귀환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망은.

“세계화 대신에 지역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무역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국가 안보이고, 또 하나는 생산기지 다변화이다. 식량·의약품 등 전략 물자는 비용과 관계없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앞으로 국내 생산이 늘어나게 마련이고, 이 분야에서 리쇼어링이 이뤄질 것이다. 그렇지만 리쇼어링에는 비용 부담이 따른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뒤 생산기지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중국 경제와 미·중 무역전쟁 전망은.

“중국 정부 당국의 경제 통계를 믿을 수가 없다. 중국 경제는 올해 상반기에 0% 성장을 하고, 내년에 5% 성장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로 미·중 무역분쟁은 더 악화할 것이다. 미국인들이 중국에 분노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국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중 양국이 자국 이익을 내세워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중국의 한국산 중간재 수입 저하로 한국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대담=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kuk@segye.com

 

손성원 교수는 ●1944년 서울 출생 ●광주제일고●미국 하버드대 MBA ●미 피츠버그대 경제학 박사 ●백악관 대통령 경제자문위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미국 LA 한미은행장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 ●SS이코노믹스 회장 ●2010년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5명의 최고 경제예측 전문가’,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올해의 최고 족집게 이코노미스트’ ●저서 ‘글로벌 금융 위기와 출구 전략’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