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갑자기 바뀌고 통학버스 운행 불가… 학생도 교사도 당황

교육부 뒤늦은 지침 ‘혼란’ / 마스크 상시 착용·1∼2m 간격 유지 / 구체 안내문에 책상 재배치로 분주 / 원거리 학생들 통학 어려움 호소도 / 유은혜 “무작정 못 미뤄… 힘든 결정” / 초등학교 1∼2학년 매일 등교 제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통학버스는 운영하지 않습니다.’

 

19일 경기지역의 학부모 A씨는 학교로부터 받은 ‘실험·실습·실기 교과목 대면수업 동의서’에서 △교내 마스크 상시 착용 △학생 간 1∼2m 간격 유지 등 감염병 예방수칙과 함께 적힌 이 안내문구를 보고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통학시간이 1시간 넘게 걸리는 탓에 입학 이후 계속 통학버스를 이용해왔는데 등교를 코앞에 두고 미운영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A씨는 “부랴부랴 같은 학교 부모 몇몇과 연락해 돌아가면서 일단 아이들을 통학시키기로 했다”며 “비상상황인 건 알지만 이런 부분은 조금 미리 알려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고3 등교를 하루 앞두고 많은 학교들이 부랴부랴 학생·학부모 대상으로 구체적인 등교 시간과 방법 등을 안내하면서 혼란을 겪는 모습이었다. 시·도교육청 측 등교지침이 이번주에 확정되면서 등교 중 학생 간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학교별로 조정된 등교시간이 대개 이날 안내됐다.

“열 있으면 못 들어가요”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관계자들이 19일 열화상 카메라, 체온계 등 방역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고3 학생들은 20일 등교해 수업을 받는다. 37.5도 이상의 열이 있으면 교실에 들어가지 못한다. 하상윤 기자

학생·학부모뿐 아니라 교사들 중에서도 급박하게 내려진 교육청 지침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3의 경우 매일 등교하고 고1·2는 격주 등교하도록 하는 교육부 방침이 정해진 가운데 일부 학교가 이런 학년별 등교일정에 맞춰 기존 고3 교실 배치를 갑작스레 조정한 것이다. 한 고3 담임 교사는 “고1·2가 격주로 등교하니 거리두기 차원에서 오늘 학교가 일부 고3 수업을 1·2학년 교실에서 번갈아 진행하도록 했다”며 “담임들은 등교에 대비해서 책상 배치하고 청소도 계속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학기 개학준비추진단회의에서 “고3은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할 것”이라며 “고3 이외 학년은 등교·원격수업을 병행해 격주 혹은 격일, 주 1회 이상 등교 등 여러 방법으로 교내 학생 밀집도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염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등교수업을 시행하는 건 매우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며 “상황이 통제 가능한 범위라고 정부가 판단했고,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고 가을 대유행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45만 고3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 사회직업 진출의 길을 무한정 유보시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등교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즉시 신속하게 추가 조치를 하겠다”며 “오늘부로 등교수업 비상상황실을 운영하고 비상근무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시·도교육청 측에 고3과 함께 초등 1∼2학년에 대해서도 매일 등교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초등 1∼2학년 긴급돌봄 이용률이 높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학교 밀집도를 낮추는 다양한 사례를 예시로 든 것으로 확정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자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본격적인 등교수업이 시작됨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교내 거리두기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차례로 내놨다. 광주시교육청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넘는 학교를 대상으로 컨테이너 교실을 도입하기로 했다. 학교장 협의를 거친 수완초(11개), 수완유치원(6개)에 컨테이너 교실 17개를 만들기로 한 상태다. 고등학교는 등교 이후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도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대구의 경우 기저질환이 있거나 등교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들에게 등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등교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고등학생 3학년 등교를 하루 앞둔 19일 오전 광주 북구 살레시오고등학교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학생들의 이동 동선을 분리하기 위해 복도에 발자국 표시를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3 등교 시작과 함께 교육부 지침에 따라 감염 위험이 비교적 낮은 전교생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도 함께 문을 연다. 강원도의 경우 전교생 60명 이하인 소규모 초·중학교가 46곳 등 총 170개교, 대구·전남 등에서도 60명 이하 초·중학교 학생들이 고3과 함께 등교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등교 일주일 전부터 진행하는 자가진단 검사에서 의심 증상 항목에 표시한 학생은 그 결과지 등을 제시하면 무료로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이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와 협조를 했다”며 “당장 거짓으로 답변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가진단 검사상 의심 증상이 있다고 답하면 그 학생은 등교 중지 조치가 내려진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