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상반경 40m 박격포 오발 사고… 닷새간 숨겼다

파주서 사격훈련 중 1㎞ 빗나가 / 야산에 떨어져 인명 피해는 없어 / 사고 직후 공개 안 해 은폐 ‘급급’ / 김포서 기관총 오발 이어 허점

최근 군 내부에서 전력과 관련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군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경기도 파주시 육군 모부대에서 박격포 사격훈련 도중 포탄이 1㎞가량 빗나가 야산에 떨어지는 오발 사고가 발생했다. 군은 5일이 지나도록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군의 기강 해이와 더불어 사고 은폐 논란 등이 제기된다.

19일 육군에 따르면 지나면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시 육군 모 부대에서 4.2인치(107㎜) 박격포 사격훈련을 하던 도중 고폭탄 1발이 2.2㎞ 전방에 설치된 목표지점을 1㎞나 더 날아가 인근 야산에 떨어졌다. 고폭탄이 낙하한 곳은 산림청 소유 야산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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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살상반경이 40m에 달하는 4.2인치 박격포 고폭탄이 민가나 도로에 떨어졌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지적된다.



육군은 이번 사고가 장약을 과다 주입해 발생한 것에 무게를 두고 현장 지휘관과 안전통제관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장약은 포탄의 추진력을 얻게 하는 화약으로, 장약을 과도하게 많이 넣어 사거리가 더 길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기상이나 박격포의 노후화 등을 감안해도 오차가 수백m를 벗어나지 않는 4.2인치 박격포탄이 목표지점에서 1㎞나 벗어난 것을 두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격 과정에서 장약과 발사 각도, 거리 등을 철저히 점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육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한 뒤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직후 군의 대응도 논란을 빚고 있다. 육군은 이번 사고가 언론 보도로 드러날 때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밝히는 대신 비판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 경기도 김포의 모 해병부대에서도 지난 13일 오전 11시쯤 KR-6 기관총 1발이 정비 도중 실수로 오발됐다. 당시 기관총을 손질하던 부사관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팔꿈치로 기관총 후미의 격발기를 건드리면서 발사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총구를 하단으로 내리고 정비를 시도하다가 미끄러져 1발이 격발됐다”며 “오발 된 탄환은 600∼700m를 날아가 한강상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유사한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우리측 감시초소(GP)에 북한군이 총격을 가했을 때, 우리 군의 K-6 기관총 원격사격체계는 공이 파손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전남 담양군의 한 골프장에서는 캐디가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온 총탄을 맞고 쓰러지기도 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