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두달 전 신청했는데… 아직까지 대출금 구경도 못해”

정부 예산 부족… 은행 심사도 지연 / 정부선 “한도 낮추면 빨리 처리” / 자영업자들 “기다린게 억울해” / 당국 “별도 예산 위해 부처 협의”

충북 오창에서 학원을 하는 김모(41)씨가 ‘코로나19 대출’을 받으려고 관계 기관을 찾은 건 3월4일이다. 그 후 두 달 반 넘게 대출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증 완료에 한 달이 걸렸고 은행 심사도 하세월이다. 그 사이 수강생은 70%가 줄었고, 김씨는 모아둔 돈과 마이너스 통장, 소상공인 노란우산공제 대출로 겨우 버티고 있다.

19일 서울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광주에서 고깃집을 하는 서모(42)씨는 2월28일 일찌감치 소상공인 확인서를 신청했지만 대출금을 구경도 못 했다. 그는 “지난주 은행에 전화하니 나라에서 돈이 안 나와 밀려있다더라”며 “정부 대출 하나 바라보며 직원들 나가라고도 못 하고 견디는데, 승인 금액대로 대출이 나올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4월 매출이 지난해의 반 토막으로 떨어졌다”며 “돈 빌릴 데가 없어 카드 두세 개로 돌려막기를 한다”고 했다.

 

정부가 18일부터 2차 소상공인 긴급대출 접수를 시작했지만, 2·3월에 1차 대출을 신청한 자영업자들은 두 달 넘게 대출금을 받지 못했다. 최근 정부가 ‘대출금을 낮추면 지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차 소상공인 긴급대출 예산 16조4000억원 중 이날까지 집행된 금액은 약 11조원이다. 1차 긴급대출 중 하나인 시중은행 이차보전 대출은 지난 13일까지 전체 3조5000억원 중 1조5792억원만 완료됐다.    

‘긴급대출’이 ‘늦장대출’이 된 이유는 보증 심사에서 병목 현상이 생긴 데다 은행 심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정부 예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부실 대출을 나중에 책임지게 될까 걱정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예산 투입할 곳이 많아 정부에 돈이 너무 없다”며 “최근 기획재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쪽으로 돈을 몰아넣다 보니 더 지연됐다”고 전했다.

 

대출 집행이 늦어지자 최근 정부가 ‘금액을 낮추면 빨리 대출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마음고생이 더 심해졌다. 정부는 3월27일 대출 한도를 3000만원으로 낮췄다. 문제는 일찌감치 3000만∼7000만원을 신청한 이들에게까지 ‘1000만∼3000만원으로 낮추면 빨리 처리된다’는 안내가 나갔다. 자영업자들은 ‘기다린 게 억울하다’, ‘더 버티면 신청액대로 나오기는 하는 거냐’며 혼란스러워한다.

 

정부 관계자는 “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기다리기 힘들기에 (긴급대출을 위해) 별도 예산을 확보하려 노력 중”이라며 “관계 부처들과 최대한 빨리 대출이 나갈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