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혁신’은 수년째 농업계의 화두다. 온라인·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채널 수요도 따라 이동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3조5342억원으로 2017년(2조4246억원), 2018년(2조9405억원)에 이어 꾸준히 성장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서서히 진행되던 농산물 유통 시장의 변화가 앞당겨졌다. 생산자들은 새로운 유통 모델을 찾으면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토양을 다졌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었다. 감염병 사태가 농가에 시련을 준 동시에 유통혁신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농산물도 DT 구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교급식이 중단돼 경영난을 겪던 친환경농산물 농가들도 새로운 판매 채널을 찾았다. 가정 내 소비가 많은 품목으로 ‘꾸러미’를 구성해 온라인에서 판매한 것이다.
농산물 온라인 판로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aT의 농산물 사이버거래소는 친환경농산물 전문유통업체인 농업법인 흙살림과 함께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지난달 초 온라인 쇼핑 업체인 쿠팡과 티몬을 통해 판매했다. 저장성이 낮은 시금치나 미나리 등 엽채류를 포함해 총 8종으로 구성된 3㎏짜리 꾸러미로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내놓아 1651개 꾸러미를 판매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초중고 학생 가정과 임신부가 있는 가정에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제공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 변질한 농산물이 배달돼 논란도 일었지만 이후부터는 품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경매도 비대면으로, 온라인 농산물 거래 본격 시작
농산물의 생명은 신선함이다. 따라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기 힘든 분야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엔 농산물 품질이 표준화·규격화하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비대면 거래로도 품질 좋은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농산물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aT는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를 통해 지난해 5월부터 9개 품목에 대해 시범적으로 온라인경매를 한 결과 약 685t의 경매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부터는 산지에서 담은 생생한 영상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해 양파, 깐마늘, 무 등 6개 품목의 상시 경매를 진행했다. 온라인경매를 통해 유통단계가 축소되면서 생산자는 농산물의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산지직송을 통해 보다 신선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살 수 있다.
농식품부는 보다 큰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는 ‘온라인 농산물 거래소’를 27일 개시한다. 우선 양파 한 품목만 시범적으로 1만5000t 이상 판매할 계획이며, 7월부터는 마늘을 추가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급자는 무안, 합천, 신안 등 상위 15개 산지농협 대상이다. 농식품부는 이들 주요 산지농협에 대한 월별 공급목표를 설정했다. 구매자는 전국 공판장 중도매인(2200명) 및 하나로유통 등 자회사, 지역 중소 슈퍼체인, 식자재업체, 전처리업체 등 대량 수요처다. 거래 시 외상거래 한도 우대, 신용보증보험료 지원, 대금결제 자금 이자 지원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온라인 농산물 거래소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개장한다. 지난 6∼12일 실사용자 모의거래가 실시됐으며 개선사항을 검토 반영해 보완작업을 거의 완료했다.
농식품부는 “비대면 유통채널을 통한 국산 농산물 소비를 활성화하고 소비자의 관심과 만족도를 높여 지속 가능한 수요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 체질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