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술은 무엇이었을까? [명욱의 술 인문학]

술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다. 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부터는 더욱 그래왔다. 그렇다면 농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어떤 술이 있었을까? 서양의 역사에서는 이러한 술을 꿀술로 보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미드(meed)라고 불리는 술로,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된 인류 최초의 술이라고 한다.

곰들이 자연 상태의 벌집을 파헤치고 남은 꿀에 빗물이 섞이면서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 꿀술이 만들어지고, 이를 구석기 시대의 수렵인이 마셨다는 것이다. 꿀은 당도가 높아 발효가 되지 않으나 빗물로 인해 당도가 낮아진 꿀은 발효되기 좋은 10~20 브릭스 정도로 낮아지고, 마시기 좋은 5~10도 정도의 술이 됐을 것이다.



유럽의 후기 신석기시대라고 불리는 종 비커 문화(Bell-beaker culture - BC 2600~1900년대)에는 꿀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는 점토로 된 비커(beaker)가 발견되기도 했다.

영국의 원주민 격인 켈트인은 꿀술을 불멸의 음료라고 불렀고, 장례식에서 시신을 꿀술에 봉인해서 묻기도 했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시인에게 멋진 시의 재능을 전수하는 불가사의의 ‘시의 꿀술’이 등장한다. 현자의 신이라고 불린 크바시르가 죽임을 당하고 그의 피에 꿀을 넣어 술로 만든 것. 오딘이 책략을 써서 이 술을 가져오고 시인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양평의 허니문와인(왼쪽)과 제주 허니와인 이대형 촬영

신혼여행을 뜻하는 허니문이 이 꿀술에서 왔다는 것도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고대부터 중세의 유럽에 있어서는 결혼 직후의 부부에게 외출을 금지하고 한 달간 꿀술을 마시게 해 다산으로 이어지게 했다. 밀봉의 1개월이라는 이라는 뜻으로 봉월(Honey Moon)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아들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도 많이 마셨다. 독일어로 달(mond)이 남성 명사이기 때문이다. 유럽에 아직 와인이 정착하기 고대부터 중세 초기에는 슬라브인과 게르만인 들 사이에서 맥주와 더불어 가장 일반적인 술이기도 했다.

결국 꿀술은 농업이 발달한 남유럽보다는 추운 지방인 북유럽에서 발달한 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맥주에 홉이 들어가기 16세기 전까지만 해도 맥주와 공존한 술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의약품이라고 불리는 메드신(Medicine)이 이 꿀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꿀술에 생약 및 향료를 넣은 방식이 많았다. 이렇게 생약 및 허브를 넣은 꿀술을 메세글린(Metheglin)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메드신(Medicine)이라는 말이 나왔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꿀술은 생산량에서 보리에게 현저히 밀리면서 맥주에게 그 자리를 내주며 서서히 존재감을 낮추게 된다. 유럽에서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현재 한국에서는 제주도의 제주 허니와인과 양평의 허니 와인 등이 대표적인 꿀술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클로드 레위 스트로즈(Claude Levi-Strauss)는 벌꿀 술의 발명을 “자연에서 문화로의 이행이며, 인간의 행동을 결정 짓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